[해외 명광고]소니 플레이스테이션

  • 입력 2003년 6월 30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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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사진 어떻습니까? 너무 엽기적이지 않은가요.

올해 프랑스 칸 광고제에서 ‘대상(그랑프리)’을 받은 작품입니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리지요.

칸 해변가의 회의실에선 벌써 7시간째 회의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각 나라에서 온 심사위원 23명이 인쇄광고를 심사하는 중이었지요. 해마다 그랬겠지만 심사위원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움’,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더 창조적인 광고’를 찾느라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부문별 금상 은상 동상은 이미 다 결정이 났는데 어떤 작품에 대상을 줄 것인가가 문제였습니다. 대상은 금상을 받은 작품 중에서 선정해야 하며 반드시 심사위원 23명 가운데 15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최종적으로 두 개의 작품으로 좁혀졌지만 문제는 아무리 투표를 거듭해도 12 대 11의 투표 결과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각각의 심사위원들이 ‘왜 이 광고보다 저 광고가 더 훌륭한가?’에 대해 자기주장을 펼치면서 또다시 열띤 토론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투표한 결과는 13 대 10.

다시 토론, 그리고 다시 투표. 이렇게 한 지 9시간 만에 드디어 15 대 8의 투표결과가 나왔지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광고가 인쇄부문 대상으로 선정된 것입니다.

제목은 ‘다시 태어남(rebirth)’입니다. 즉, ‘플레이스테이션을 즐기면서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비주얼로 표현한 것이지요. 새로 태어난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을 즐기는 어른입니다.

저도 표결에 참가해 이 광고와 경합을 벌였던 다른 광고 쪽에 표를 던졌지만 칸은 강한 비주얼 충격을 원하더군요.

한국 광고인들의 첫 반응은 “엽기군!”

설명을 듣고 보니 충격이 좀 가십니까?

네, 광고란 결국 그런 것입니다. 어떤 나라에서 집행되느냐에 따라 평가는 이렇게 극과 극을 오갑니다.

대상을 받은 이 광고. 우리나라에서라면 과연 만들어지기나 했을까요?

이현화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hhlee@ori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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