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차 노조, 외국 경쟁사들을 보라

  • 입력 2003년 6월 2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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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가 25일부터 사흘간 부분파업을 벌인 뒤 다음달 2일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잔업 거부와 부분파업을 거쳐 전면파업, 장기간 교섭이라는 ‘연례행사’ 수순을 올해도 어김없이 밟기 시작한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 외국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 주력 상품이 노사문제로 생산차질을 빚고 있으니 걱정이 크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10년간 두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부분 또는 전면파업을 벌여 왔다. 반면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 업체들은 최근 5년간 노사분규가 전혀 없었고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53년간 무분규를 기록 중이다. 특히 도요타 노조는 지난해 회사가 10조원의 순익을 냈는데도 올해 기본급 인상을 동결하는 대신 성과급만 주겠다는 회사측 안을 받아들였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현재 극심한 내수 부진에 시달리면서 수출로 근근이 버텨 오고 있다. 이러한 때 현대차 노조는 부분파업으로 한 달 이상 수출 주문이 밀려 있는 차종의 생산라인까지 가동을 중단시켰다. 노사가 힘을 합해도 불황을 헤쳐 나가기 어려운 시기에 자해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여다보면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40시간 근무, 소유와 경영 분리, 해외투자시 노조와 합의할 것 등은 법을 고쳐야 하는 사항이거나 경영권에 관한 것들로 노사교섭 대상이 아니다. 노조 대표의 이사회 참여, 노조 미가입시 해고권 등의 요구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조합원들조차 불만을 표시하는 이런 비상식적 요구를 하는 노조 집행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외국의 선진 업체들은 노사평화를 기반으로 더욱 경쟁력을 키우는데 뒤처진 회사가 파업을 연례행사로 치러서야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현대차 노조는 ‘세계 톱5’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운 회사의 노조답게 성숙할 필요가 있다. 열매가 많이 열려야 따먹을 것도 많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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