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사이드/인천고등기술校 주변 업종규제

  • 입력 2003년 6월 23일 2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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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이 주로 다니는 기술학교 때문에 절대정화구역 규제를 받는 것은 부당합니다.”1999년 인천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 사고 후 상권이 위축돼 있는 이 지역 상인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절대정화구역을 해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장사가 안 되자 상인들은 최근 업종을 바꾸려 했지만 절대정화구역으로 묶여 이마저 쉽지 않다는 것.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미용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인천고등기술학교가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1958년 개교한 이 학교의 전체 학생 100여명 가운데 70%는 성인이고 나머지 30%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사람이다.

학교 주변은 현행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상 절대정화구역으로 지정돼 이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 이내 지역에는 PC방 노래방 등 청소년 유해업소가 들어설 수 없다.

이 지역 상인들은 인근 축현초등학교가 2001년 3월 연수구 옥련동으로 이전하면서 업종 변경에 대한 희망을 가졌다.그러나 미용 전문 기술교육기관인 인천고등기술학교가 교육법상 엄연한 고등학교란 관할 인천 남부교육청의 답변에 따라 업종 변경이 불가능해지면서 가게를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있다.

김창수씨(42)는 만복당이란 식당을 부모로부터 이어받아 10여년 동안 운영하다 10일 전 문을 닫았다. 올 들어 식당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면서 적자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식당 대신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지하의 노래방을 개보수해 장사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할 남부교육청은 인천고등기술학교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않는 한 심의필증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구청도 교육청에서 심의필증을 받아야 영업허가증을 교부할 수 있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상대적으로 장사가 잘 되는 PC방이나 노래방으로 업종을 바꾸려는 상인들 상당수가 절대정화구역 때문에 업종 변경이 안 되자 인현동을 떠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고등기술학교 출입문 50m 이내에는 상점 70여곳이 밀집해 있다.

건물주와 상인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절대정화구역을 재검토해 기술학교에서 50m 이내에도 노래방 PC방 만화방 오락실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건의서를 지난달 남부교육청에 냈다.

교육청 관계자는 “현행법은 기술학교를 고등학교로 분류하고 있어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상인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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