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 역사를 교과서 한 권 속에 압축하자니 6·25전쟁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할 수는 없었겠지만 우리 민족이 처해 있는 현 상황의 근본 원인이 너무 허술하게 다루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많은 사람이 살상되어’라는 말로 100만명의 사상자와 300만명의 실향민을 낸 전쟁의 참혹함이 전달될 수 있을까. ‘남북간에는 적대감이 팽배하게 되어’라는 말로 아직도 우리 사회를 정신분열적으로 만드는 저 몸서리쳐지는 이념투쟁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 중학교 교과서에는 오히려 당시 남한의 사회불안과 경제적 곤경, 전쟁 초기의 패퇴, 유엔의 참전, 인천상륙작전의 성공, 중공군 개입으로 인한 후퇴, 서울 재탈환, 휴전협상 등이 간략히 서술되어 있어 전쟁의 윤곽이나마 감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편 전교조가 만들었다는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이라는 교과서에는 6·25전쟁을 민족화해적인 입장에서 교육한다면서 6·25전쟁 이전의 남한은 부패와 갈등의 온상으로, 북한은 사회주의 혁명 덕분에 구악이 해소된 사회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분단을 극복하려는 민족의 투쟁’ 등의 요인에 의해 전쟁이 발발하게 됐다고 말하면서, 누가 전쟁을 일으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53년이 되었고 정전협정 조인 50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6·25전쟁의 피폐에서 회복했고 외적으로는 아주 딴 나라같이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 6·25전쟁은 ‘지나간 역사’가 되지 않았다. 지금도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우리 의식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6·25전쟁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새 세대에게 6·25전쟁을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서지문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영문학 jimoo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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