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빠이 이상’을 쓴 작가가 예기치 않게 내놓은 사랑 얘기.
화근은 부러진 팔레노프시스 꽃대였다. ‘쫀쫀한’ 광수는 그 사실에 집착했다. 선영이 친구에게 던지려던 부케에 달랑달랑 매달린 팔레노프시스 한 송이, 그 가냘픈 꽃대.
‘왜 부러졌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향한 광수의 질주에 배경음악이 깔린다. 빠밤빠밤밤빠. ‘사랑만 남겨놓고 떠나가느냐, 얄미운 사람.’
대학 동기동창으로 부부가 된 광수와 선영 사이에 또 한 명의 동창인 소설가 진우가 등장한다. 진우는 선영의 옛 남자친구.
광수는 느닷없이 진우에게 전화를 해서 ‘얄미운 사람’의 가사를 묻는다. 신혼부부의 집들이에 초대받은 진우는 광수에게 이유를 모른 채 두들겨 맞는다. 광수는 진우를 노래방으로 부른 뒤 다짜고짜 캐묻는다. “너, 선영이와 잤지?”
부러진 꽃과 노래에 얽힌 사연이, 소설적으로 풀어낸 사랑 및 결혼에의 명제와 함께 잘 짜여졌다.
문학평론가 김형중이 이 소설을 “재미있고 지적인 ‘사랑론’”이라고 칭한 까닭을 알 수 있다.
“낭만적 사랑도 마찬가지야.…한번 지나가면 사랑은 잊혀져.…잃은 것은 일시적인 사랑이요, 얻은 것은 영원한 임금노동의 사슬뿐이라는 걸 알게 될 테지.”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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