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파랑이와 노랑이'…파랑이와 ‘노랑이가 사라졌어요

  • 입력 2003년 6월 17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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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이와 노랑이/레오 리오니 글 그림 이경혜 옮김/40쪽 7500원 물구나무(만 3∼7세)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는 아이들 영어공부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엄마라면 아는 책이다. 1959년 나온 이 책은 국내에서 원서로 많이 팔린 책 중의 하나. 문장이 쉽고 내용이 간결해 엄마가 읽어주기 안성맞춤이다.

그 책이 번역돼 나왔다. 손으로 대충 찢어 오린 듯한 둥근 파란색 색종이와 ‘얘가 파랑이란다’란 글이 전부인 첫 페이지를 펼치면 새하얀 공간에 선명한 색상이 신선한 느낌마저 준다. 파랑이네 집이 나오고 파랑이의 단짝 친구 노랑이가 소개된다. 파랑이는 노랑이를 만나자 꼭 껴안는다. 그랬더니 초록이가 돼 버린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색의 혼합을 배울 수 있는 기회!

파랑이와 노랑이의 엄마 아빠는 초록이가 된 자기자식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파랑이와 노랑이는 너무너무 슬펐어. 파란 눈물, 노란 눈물을 뚝뚝 흘렸지. 울고 울고 또 울자 둘은 몽땅 눈물이 되고 말았어.’ 역시 우리말로 읽어도 좋다.

▼파랑이와 노랑이가 길에서 만났어요
▼둘은 너무 반가워서 꼭꼭 껴안았죠
▼그러나 오랫동안 껴안고 있다보니…
▼어! 어느새 둘은 초록이가 되었어요

다음 페이지엔 초록이가 조각조각 눈물이 돼 흩어져 다시 파랑이와 노랑이가 되는 장면이 이어진다. 눈물이 해결책이 된 셈이다.

세 살과 다섯 살의 손자들을 데리고 기차를 탔던 49세의 젊은 할아버지에게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을까? 그랬다. 레오 리오니는 맨해튼에서 코네티컷으로 가는 기차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손자들에게 들려주려고 라이프지에서 노란색과 파란색 초록색 종이를 동그랗게 혹은 길쭉하게 찢어내 이리저리 배열해보며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는 콜라주 기법의 이 책으로 그림책과 인연을 맺게 된다.

어린이책 전문가 서남희씨는 서평지 ‘열린어린이’ 1월호에 실린 ‘영혼의 양식을 나누어주는 리오니’란 글에서 “네덜란드 소년 리오니가 늘 보았던 샤갈의 그림과 암스테르담 미술관의 작품들, 아트 디렉터로 만난 사진 그림 건축작품 등등이 그림책 작가로서의 그의 노년에 정서적 실제적 바탕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참고로 이 책은 우정과 동질성에 관한 책이라든가, 인종차별에 대한 교훈이 들어있는 책이란 평을 받고 있다고. 어쨌든 통통 튀는 글과 활기찬 그림이 그림책답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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