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15가 역사이듯 특검도 역사다

  • 입력 2003년 6월 1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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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남북정상회담 3주년인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송대담에서 정상회담을 ‘역사적’이라고 자평하면서 “대북 송금 문제가 사법적 심사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소신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한 것은 두 가지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통치행위 면책론이고 다른 하나는 정상회담의 정치적 정당성에 대한 자기확신이다.

그러나 두 가지 다 특검수사를 제약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통치행위 인정과 면책판단 여부는 법원의 몫이므로, 특검은 위법 여부만 밝혀내면 된다. 또한 특검수사의 대상은 정상회담의 의의와 성과가 아니라 정상회담 성사과정에서의 부당하고 부적절한 수단과 방법이다. 즉 정치적 정당성이 아니라 절차적 불법성 여부를 가리는 게 수사의 목적인 것이다.

3년 동안 우리 사회를 흔들고 갈라놓은 갈등과 반목의 실체를 돌이켜보면 특검에 부여된 시대적 역할은 한결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상회담을 둘러싼 의혹만이라도 해소한다면 우리사회의 내상(內傷)이 상당부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가 바로 특검의 출발점이었다. 특검 역시 중차대한 역사적 소명을 띠고 있는 셈이다.

뒤집어 생각해봐도 결론은 같다. 만약 타의나 외압 때문에 특검수사가 확실한 매듭을 짓지 못하고 끝난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대립과 분열의 씨앗을 키울 게 뻔하지 않은가. 더욱이 DJ의 진단처럼 북한의 실기(失機)와 약속 불이행으로 한반도가 다시 긴박한 사태에 처한 지금은 대북정책의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고 특검수사는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특검수사는 이미 사안의 본질과 핵심에 접근한 듯하다. 그런데도 최근 여권인사들의 도를 지나친 간섭이나 압력은 법치에 대한 몰이해 수준을 넘어섰다. 불순한 동기마저 느껴진다. 특히 청와대 고위인사들까지 나서 특검의 조사 및 사법처리 대상에 선을 긋는 발언을 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대북 송금 문제는 여기서 털고 넘어가는 게 순리다. 그것이 현 정권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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