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개혁주체 조직’논란]“친위대 만들자는 것인가”

  • 입력 2003년 6월 14일 0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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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부 부처 내 개혁 주체 조직 구축’ 발언에 대해 공무원 사회와 학계는 “공무원 사회에 ‘편 가르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각 부처 공무원들은 공직사회가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개혁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으로 분열되면서 개혁세력은 ‘친위대’로, 다른 집단은 복지부동(伏地不動) 세력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행정부처의 한 고위간부는 “대통령이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과 코드가 안 맞으면 공직을 그만둬야 하는 때가 정말로 눈앞에 다가온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간부는 “현재 정책보좌관제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부처를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며 “부처별로 대통령의 ‘코드’에 맞는 친위 조직을 만든다면 정상적인 조직운영을 마비시킬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부의 한 간부도 “오늘 노 대통령의 발언을 감안하면 정책보좌관들의 역할이 각 부처 내에 대통령이 언급한 개혁주체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상당수 공무원은 “대통령의 의중에 부합하는 게 공무원의 도리 아니겠느냐”면서 체념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의 한 간부는 “공무원은 일단 최고통수권자의 뜻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코드가 안 맞더라도 맞춰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 대통령이 ‘이렇게 하겠다’는데 ‘아니다’고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국가기구의 사유화’를 의미하는 위험한 발상으로 공무원 사회의 갈등과 대립으로 국정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김석준(金錫俊·행정학) 교수는 “공무원이 국민보다는 대통령, 특정 정치세력의 당파적 이해에 봉사하면서 사유화될 수 있다”면서 “이게 바로 국가 사유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이 선거에 민감하게 되고 국민은 안중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예종석(芮鍾碩·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이 데리고 일할 조직을 믿지 못한다는 심경의 발로이며 정부 부처를 이간질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누구는 개혁 주체 세력이고 누구는 개혁대상이면 개혁대상이 일을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정치·경제·사회1,2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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