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를 야외수업이라고…" '신정여상 학습권 승소' 김순희씨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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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의 수업받을 권리가 침해당했다며 전교조 교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신정여상 학부모들이 13일 교사들의 수업거부 등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들을 보여주고 있다.-김성규기자
자녀들의 수업받을 권리가 침해당했다며 전교조 교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신정여상 학부모들이 13일 교사들의 수업거부 등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들을 보여주고 있다.-김성규기자
“책임을 망각한 선생님들에게 벌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부 김순희씨(52)는 13일 “신정여상(서울 강서구 화곡4동)에 고3 딸을 둔 ‘죄 아닌 죄’로 지난 2년간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낼 수밖에 없었던 심경을 털어놨다.

김씨는 2001년 이 학교 전교조 교사 34명이 재단비리 척결을 이유로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를 벌이자 다른 학부모와 함께 “자녀들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고 12일 법원은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는 당시를 회고하며 “말이 학교지 실제로는 학교가 아니었다”고 한숨지었다.

대입시험을 앞두고 한창 공부를 해야 할 고3 딸은 학기 초부터 “학교에서 데모를 한다”며 매일 낮 12시면 귀가했다. 보다 못해 찾아간 학교 운동장에는 뙤약볕에 머리띠를 두른 교사들과 신문지로 모자를 만들어 쓴 여학생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교장실은 이미 폐쇄된 상태였다.

김씨는 그로부터 며칠 뒤 이 학교 전교조 교사 3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전교조 교사들이 경찰에서 한 진술은 쓴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학생들을 데리고 교육청에 항의시위를 간 것은 ‘야외수업’이고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시위를 한 것은 ‘토론의 현장’이라고 강변했기 때문.

또 다른 학부모인 윤혜원씨(44·여)는 “딸이 ‘시위에 참석하기 싫어 교실에서 문을 잠그고 책상 밑에 숨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진학반 학생들이 수업을 하려고 하면 다른 반 학생들이 교실 밖에서 꽹과리를 치면서 수업을 방해했고 어떤 전교조 교사는 “시위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은 비디오로 찍어 벌점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는 것.

김씨는 “아무리 학교재단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교사들이) 한창 공부해야 하는 입시생까지 끌어들여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당시 신정여상 전교조 교사 대표 성원식씨(48·현 전교조 사무국장)는 “소송을 이끌었던 김씨와 윤씨의 얘기는 크게 과장된 것”이라며 “또 다른 핵심 학부모인 이모씨의 동생이 재단측과 관련돼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전교조 "항소 적극 지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3일 수업 거부 전교조 교사들에게 내려진 위자료 지급 판결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이는 사학 비리를 척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건을 ‘수업권 침해’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또 “이번 소송은 사학재단이 치부를 감추기 위해 벌인 얄팍한 술수인데도 법원이 해당 교사들에게 일부 패소 판결한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해당 교사들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의사를 밝히고 있고 전교조도 모든 법률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5부는 12일 교사들의 교내 시위와 수업 거부로 피해를 봤다며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인권학원 산하 신정여상 학부모 15명과 그 자녀 15명이 이 학교 전교조 교사 3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학부모와 학생에게 각각 1인당 30만원,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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