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386참모들]비판-견제에 '의기소침' 盧의 신뢰 여전

  • 입력 2003년 6월 11일 18시 42분


코멘트
“회의할 때 앞줄에서 뒷줄로 자리가 바뀐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대통령비서실에서 대부분 비서관급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386참모들은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가 열릴 때면 발언권이 없는 배석자로 참석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노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하는 이들은 관료나 학자 출신의 참모그룹에 비해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요 국정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국무회의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공식라인을 통해 이뤄지면서 이들의 힘이 다소 약화된 듯한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침을 잘 이해하는 이들이 없이는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취임 이전에 비해 노 대통령과 직접 접촉하는 빈도가 줄어드는 등 공간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정신적 거리에 있어서는 멀어진 게 없다는 얘기다.

취임 초 이들은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이나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 등 시니어그룹으로부터 심심찮게 견제를 받기도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 등 부산 출신들을 비서실의 한 축으로 끌어들이면서 386 참모들의 위상이 격하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달 7일 비서실 개편 때 팀장체제가 도입되면서 이들의 ‘힘’이 여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비서실 편제가 취임 이전의 보좌체제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기획팀장이었던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은 국정상황팀장, 의전팀장이었던 서갑원(徐甲源) 의전비서관은 행사의전팀장, 공보팀장이었던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대변인팀장, 국민참여센터 전문위원이었던 천호선(千皓宣) 제도개선비서관은 제도개선팀장으로 전진 배치됐고 김만수(金晩洙) 춘추관장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정무팀장을 맡았던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경선 때 구성된 핵심 보좌진이 직책 이름만 달라졌을 뿐 예전의 역할을 그대로 맡고 있는 셈이다.

문 실장은 비서실 개편 이후 “이제야 뭔가 자리가 잡힌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이들의 팀플레이가 취임 초기 혼란스러웠던 비서실을 안정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특히 386 참모의 대표격인 이 국정상황실장의 경우 요즘도 노 대통령이 1주일에 두 세번은 따로 불러 공식라인에서 챙기지 못한 여러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무시간 중에 호출을 받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관저에서 아침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실장은 자신에게 쏠리는 이목을 피하기 위해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그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죽으나 사나 나는 노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 간다. 총선에는 절대로 나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틈나는 대로 이 실장뿐 아니라 386 참모들을 관저로 불러 식사도 하고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의견도 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386 참모들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안 부소장이 나라종금 사건에 휘말려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권력암투설이 제기됐고 취임 100일을 전후해서는 ‘아마추어식 등용’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외곽 참모그룹의 핵이었던 안 부소장의 힘이 빠지면서 신당 추진을 통해 개혁세력 규합에 나선 386 참모들도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