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경제분야]"체감경기 IMF때보다 심각"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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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최근의 경기침체가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데도 정부가 안이한 상황인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주진우(朱鎭旴) 의원은 “기업과 자영업자, 국민들이 경제위기를 절감하고 있는데 정부만 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며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이어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갈팡질팡하는 정책혼선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학송(金鶴松) 의원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파업하기 좋은 나라, 이익단체의 실력행사가 정책을 좌우하는 나라가 바로 이 나라”라면서 “노사문제의 책임을 지고 노동부장관을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박병석(朴炳錫) 의원은 “국내 경기는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고 체감경기는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특히 청년 실업자 수가 36만명에 이르러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또 “국내외 투자자들은 경제운용의 실질적인 사령탑과 창구 등 현 경제운용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청와대와 정부의 의견조율을 위해 경제부총리의 대통령 주례보고를 부활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병윤(朴炳潤) 의원은 “정치가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어려워진 경제가 다시 정치를 흔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데 정부는 속수무책”이라며 “정부의 정책 부재가 오늘의 경제위기를 키웠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윤경식(尹景湜) 의원은 “국민은 모두가 경기침체와 경제위기를 걱정하고 있는데 노무현 정부는 목표의식과 방향성 없이 헤매고 있다”고 질타했고, 같은 당 이양희(李良熙) 의원은 “농어촌문제 해결 없이 노무현 정부는 성공할 수 없다”며 “선진 농어촌 건설을 위해 앞으로 10년간 68조원을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답변에 나선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지금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경제위기라고까지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론을 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도 “현재 경제상황이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하반기 이후에는 경기가 점차적으로 회복될 수 있으리라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 “당초 목표로 했던 5%를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으나 4% 수준의 성장은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盧정부의 코드맞추기 人事 측근 파벌정치와 일맥상통"▼

민주당 박병윤(朴炳潤) 의원은 10일 “현 정부의 ‘코드 맞추기’ 인사는 중소기업이나 권위주의 시대에 통용되는 것으로 우리가 타파해야 할 측근 파벌 정치와 일맥상통한다”고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인사정책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은 시스템에 의한 국정 운영을 약속했지만 국민은 공권력 주변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믿고 있다. 정부 내 경제팀이 이들 실세의 영향력 때문에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경제는 심리인데 많은 국민은 새 정부 들어 낯선 실세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에 불안해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경제팀이 대통령의 코드 맞추기에 급급하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없고, 정권 초기 개혁도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경제성장률은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이어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출신 원로 경제인인 앨런 그린스펀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 연임시켜 90년대 장기 호황을 이끌었다”며 “현 정부의 ‘386 중심’ 인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뭐냐”고 지적했다.

이에 고건(高建) 총리는 “코드라는 말은 암호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주파수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해명한 뒤 “정부 내 비선 조직이나 보이지 않는 실세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내 비주류 성향의 중도파로 분류되는 박 의원은 최근 민주당 의원총회 등에서 당정이 합의한 4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에 대해 “정책 수순이 잘못됐다”며 재논의를 요구하는 등 종종 소수 의견을 내왔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대정부질문 요지▼

▽이양희 의원(한나라당)=10년간 총 68조원을 투자해 교육여건 개선 등 농어촌을 선진화해야 한다.

▽박병석 의원(민주당)=380조원으로 추산되는 부동자금이 산업자금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주진우 의원(한나라당)=경제 주체들의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는 감세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박병윤 의원(민주당)=경제 안정을 위해 정부 내 비선 조직을 없애고 경륜 있는 인사를 등용해야 한다.

▽김학송 의원(한나라당)=정부공사의 최저가 낙찰제를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의 공사까지 확대해야 한다.

▽구종태 의원(민주당)=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초단기 양도와 단기 양도 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

▽윤경식 의원(한나라당)=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2개의 수도권 신도시 건설은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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