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내우외환'…부실여신 급증·내부갈등 고조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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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이 고전 중이다.

여신건전성이 나빠진 데다 김정태(金正泰) 행장의 와병에 따른 행장 교체설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우선 은행의 앞으로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요주의(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 이하 여신비율도 3월 말 기준으로 8.57%를 나타내 시중 8대 은행 중 가장 높다.

고정이하 여신 비율
(2003년 3월말 현재. 단위:억원, %)
총여신고정이하
여신
비율
조흥518,13519,4503.8
우리689,05317,7902.6
제일231,1954,4111.9
외환410,26411,4642.8
국민1,360,37646,0113.4
신한470,0526,8931.5
한미279,3503,5151.3
하나577,13110,8741.9
시중은행4,535,556120,4082.7
자료:금융감독원

공식적으로 부실자산으로 분류되는 고정(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연체) 이하 여신 비율도 조흥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금융계 인사들은 특히 은행권 총여신 중 국민은행 여신 비중이 30%를 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은행의 위험(리스크) 가능성이 은행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3일 이 같은 국민은행 여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국민은행의 장기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앞으로 일정 기간 국민은행의 영업전망이 어둡고 현재의 신용등급(BBB+)의 하향조정이 가능하다는 경고다.

S&P의 은행신용등급위원회 내부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으나, 이럴 때 최종 결론은 보수적으로 내린다는 관례에 따라 등급전망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여신 중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중소기업 여신. 특히 ‘소호(SOHO·중소상인)’ 대출이라 하여 국민은행은 작년 11월 15일부터 이 분야 대출을 확대했는데 이것이 빠른 속도로 부실화되고 있다. 실제 작년 3월 2.93%의 소호 대출에서 올 3월 말 현재는 3.74%이며 이는 다른 은행의 2%대 미만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윤종규 국민은행 부행장은 “중소기업 여신을 확대한 것은 사실이나, 작년 말부터 속도를 낮추고 있다. 올 1·4분기(1∼3월) 중소기업여신 증가율은 4.7%로 시중은행 평균 9%대보다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카드자산 비율도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14%. 카드부실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뜻이다. 결국 중점사업영역인 주택담보, 카드 등 가계대출과 중소기업여신 모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자산건전성의 악화와 함께 국민은행 내부 갈등도 부정적 요인이다. 김 행장의 ‘카리스마’가 2년 만에 조직의 통합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독단적 의사결정에 따른 폐해를 지적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그 와중에 금융계 일각에서 행장의 진퇴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김석동(金錫東) 감독정책1국장은 “정부는 최대주주이기는 하나 경영불간섭 원칙을 지키고 있다. 입원 중인 김 행장이 쾌유하기를 바랄 뿐이며, 행장의 진퇴를 거론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거론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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