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 "기업투자 발목 잡지말라" 경고

  • 입력 2003년 6월 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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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경제의 침체는 ‘일시적인 경기하강’이 아니라 투자위축, 정부신뢰 실종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위기’라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 상태를 방치했다가는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진보적인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상임대표 이필상·李弼相 고려대 교수)이 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시민방송 RTV에서 ‘한국경제 동력, 어디서 찾아야 하나’라는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주제발표자들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주성(全周省·이화여대·경제학) 교수는 “최근의 경제 불안은 일시적인 경기하강이나 기득권층의 저항쯤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면서 “1997년 외환위기 때에 비해 위험 요소는 더 많아진 반면 재정 등 이를 흡수해 줄 수단은 눈에 띄게 나빠져 위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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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張夏準·영국 케임브리지대·경제학) 교수는 “투자의 급격한 위축은 아직도 중진국으로 설비와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한국의 중장기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먹구름으로 반드시 걷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이념과 정책 혼란으로 국내외 기업투자 여건이 더욱 나빠져 중장기적인 성장동력마저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까지 약 70조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시에 제2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수도권 집중 억제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정부 정책에 묶여 한 발짝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삼성측은 “인적 물적 인프라를 고려할 때 수원공장과 가까운 수도권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외적 신뢰가 걸려 있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은 올 2월 체결된 이후 4개월이 다 돼 가지만 정치논리에 밀려 아직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의원의 절반 이상이 반대 입장을 보였고 정부도 미온적이어서 6월 임시국회 통과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 밖에 한미간 투자보장협정(BIT)의 핵심 쟁점인 스크린쿼터 문제는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의 거센 반발로 정부 내에서조차 의견이 충돌해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기업의 투자를 강조한 것은 현실 경제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청와대 직속 위원회 등에서는 대통령의 말도 먹혀들지 않아 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완화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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