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빅3’ 3중고 시련…출혈판매로 제살 깎기

  • 입력 2003년 6월 9일 18시 10분


코멘트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16일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10만여명이 참석할 예정인 대대적인 기념행사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빌 포드 회장은 불면증을 타이레놀과 허브 요법으로 달래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뉴스위크 최신호(16일자)에 실린 인터뷰에서 포드 회장은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소회를 강하게 내비쳤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9일 차는 안 팔리고, 가격 경쟁으로 이윤은 주는 데다 펑크나기 일보 직전인 기업연금까지 메워야 하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위기를 상세히 전했다.

미국에서 안 팔리고 쌓여 있는 자동차는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2개사의 것만 합쳐도 40만대가 넘는다. 중간 규모 공장 2개의 연간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의 차량이 재고로 쌓여만 가고 있다. ‘빅3’에 속하는 또 다른 업체인 크라이슬러는 올 2·4분기에 121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연간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빅3 중 하나가 연금 부담 등을 이기지 못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떠돈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출혈 판촉을 했다. 지난달 판매를 기준으로 무이자 할부 등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런저런 할인 혜택을 합하면 대당 약 3655달러를 할인해준 셈이다. 고스란히 이윤을 갉아먹는 제 살 깎기식 경쟁을 하고 있는 것. 크라이슬러는 지난 6주간 할인 혜택을 대당 800달러나 늘려주는 공격적인 판촉을 했지만 5월 판매량은 작년 5월보다 3% 줄었다. 크라이슬러의 짐 슈로어 판매담당 책임자는 지난달 30일 사임했다.

여기에 ‘돈 먹는 하마’인 기업 연금도 골치다. 직원들이 퇴직 후 받게 되는 기업연금 중 전통적인 방식인 확정지급방식(DBP)은 부족액이 생기면 기업들이 이를 채워 넣어야 한다. 주식이 활황이던 시절에는 연금 펀드를 운용해 번 돈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 미국 기업들은 연금 펀드를 채워 넣기에 급급한 실정. 이 중에서 연금의 부실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GM으로 254억달러가 모자란 상황이다. 포드도 156억달러가 더 있어야 연금 자산과 부채가 같아진다. 1991년에도 빅3가 총 75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자동차 업계가 어려움에 처했다. 그러나 이후 주식시장 활황으로 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높았고,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자국 내 경기침체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도 크게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90년대에 자동차 업계를 살렸던 호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용 절감 노력이나 구조조정만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