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잇딴 일의원 망언에 "일일이 대응 불필요"

  • 입력 2003년 6월 8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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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일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8일 일본 정치인의 '창씨개명' 망언과 관련해 "정부 공식 견해라면 외교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지만 국회의원 한 사람, 또는 일본국민 한 사람이 부적절한 발언을 할 때 마다 정부가 대응하는 것은 별로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숙소인 도쿄(東京) 영빈관에서 한국 언론사 주일특파원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해 정부 차원에서 공식 대응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그는 또 방일 첫날 일본 국회가 유사법제 3개 법안을 통과시킨데 대해 "그런 일이 없었던 것보다는 못하지만 예의를 어겼다든가, 뒤통수를 맞았다든가 할 만한 특별한 근거는 없다"며 "법 제정 이후 한국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천황과 만났을 때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지금은 (한일 양국이) 서로 마음을 열고 협력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나머지 일문일답 내용.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한일간 시각차가 드러났다는 보도가 있는데.

"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차이가 없거나, 아주 적음을 확인했다. 기자회견 때 고이즈미 총리가 대북 제재에 중점을 둔 것 같아 (나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핵 해결을 위한 다자간 협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려면 경제지원이나 체제 보장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나라 참여가 불가피하다. 과거처럼 회담에 참여하지 않고 돈만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다자회담 틀에서 잘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만경봉호에 대한 일본의 검색강화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마약 등의 문제가 있다면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까다로운 조사는 핵문제, 납치문제에 대응한 강경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

-일본의 영빈관 숙소는 어떤가.

"건물만으로 평가할 일은 아니지만 영빈관은 국력이나 국가 위신감을 느낄 수 있는 상징이다. 한국도 행정수도를 지을 때 웅장하지는 않더라도 현대식으로 하나 지었으면 한다. 10년 넘게 걸릴 일이지만."

▼잇단 日의원들 망언▼

일제가 식민통치 시절 강요했던 '창씨개명'과 관련해 일본 국회의원의 망언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빈 방문 첫날인 6일 집권 자민당 총무회의에서 있었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조회장의 창씨개명 망언에 동조하는 발언이 속출했다. 이는 아소 정조회장 뿐 아니라 자민당내 상당수 의원들이 일본의 과거사를 미화하려는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단은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자민당 전 간사장이 "한국 대통령의 방일 직전에 (아소 정조회장이) 결례를 했다. 책임이 크다"며 당사자의 설명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아소 정조회장은 "말이 잘못됐다"며 "(창씨개명에 대한) 내 인식을 바꿀 생각은 없으나 발언을 조심 하겠다"며 문제 발언을 철회하지 않은 채 해명으로 일관했다.

이어 오쿠노 세이스케(奧野誠亮) 전 법무상이 "(창씨개명은) 일본과 동등한 대우를 하려고 했던 것으로 강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아소 정조회장이 "창씨개명은 조선인들의 희망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했던 발언을 지지하는 내용.

야마나카 사다노리(山中貞則) 의원도 "(식민통치 당시) 대만인도 이름을 바꾸었지만 아무런 저항도 없다"며 가세했다.

그러나 오미 고지(尾身幸次) 전 과학기술상은 "(개명을) 희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일본이며 이는 상식"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논쟁이 길어지자 호리우치 미쓰오(堀內光雄)의원은 "아소씨는 장래가 밝은 정치인이다.(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확실히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며 장내를 정리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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