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33…아메 아메 후레 후레(9)

  • 입력 2003년 6월 4일 18시 17분


코멘트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형의 말을 이해하는 데 몇 초나 걸렸다 도망친다? 어디로?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왜?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형은 무엇엔가 들이받힌 것처럼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갑자기 멈춰 섰다 파아 파아 파아 파아 파아 파아 파아

“아이고 왼쪽 다리가 영 안 좋네 무릎이 아프다 파아 파아 파아 다리 있는 데까지 걸어서 가자 좀 천천히 가자 파아 파아 천천히 걸으면서 얘기하자 좀 더 가까이 와라 파아 파아 파아 파아 두 주일 전에 징병제 실시된 건 알고 있제? 규정은 스무 살 이상의 남자라고 돼 있지만도 전황이 불리해지면 삼십대든 십대든 전선으로 끌려 나갈 게 뻔하다 파아 파아 파아 일본으로 도망 안 갈라나 형은 메이지 신궁 대회하고 역전 대회 때 몇 번이나 일본에 가봤기 때문에 지리에 훤하다 그라고 니하고 내는 일본말도 완벽하게 한다 아이가 파아 파아 일본에 가서 고마 일본 사람이 돼 버리는 기다.”

“…내는 일본에는 안 간다.”

“와?”

“내는 일본에는 가본 적도 없다 아이가…아마도 일본에는 안 갈 기다 그런 기분이 든다.”

“파아 파아 파아 파아 와?”

“형은 시베리아의 얼어붙은 땅을 달리는 자기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

“못하제.”

“그거하고 같다. 상상이 안 된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은 안 해야 되는 거 아니겠나.”

“누가 그라드노.”

“누가 됐든 그리고 또….”

“파아 파아 뭐꼬.”

“내는 여기서, 이 나라에서, 조선에서 할 일이 있다.”

“뭘 한다 말이고. 파아 파아 파아 파아.”

“…지금은 말할 수 없다.”

“파아 파아. 내는 도망갈 기다.”

“형수하고는 의논해 봤나?”

“어데 여자는 말이 많아서 믿을 수가 없다. 아무한테도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아놓고서도 아무하고든 의논한다 아이가. 이런 얘기는 니한테만 하는 기다.”

“내는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한다. 누나가 죽고 아버지도 죽고 어머니도 죽고 형은 하나뿐인 내 혈육 아이가.”

“파아 파아. 내는 다리께에서 그만 끝내야겠다.”

“내는 한 바퀴 더 돌란다.”

“그래 그라거라.”

글 유미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