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성질죽이기'…나도 한 성질 한다고!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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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무비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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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질 죽이기’(Anger Management·사진)의 심리치료사 라이델 박사(잭 니콜슨)에 따르면 분노에는 ‘폭발형(Explosive)’과 ‘내파형(Implosive)’이 있다. 예를 들어 ‘폭발형’은 쿠폰을 받지 않는 점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난리를 치는 손님이다. ‘내파형’은 참고 또 참았다가 결국 폭발해 아무한테나 총질을 해대는 점원이다.

‘성질 죽이기’는 ‘내파형’ 청년 데이브 버즈닉(아담 샌들러)에게 ‘성질 부리기’의 테크닉을 가르치는 영화다. 착하게 살면 바보 취급 당하는 사람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데이브(아담 샌들러)는 직장에서 상사에게 험한 꼴을 당해도 말 한 마디 못하는 소심한 청년. 여자 친구(마리사 토메이)에게 찝적대는 남자가 못마땅하지만 면전에서는 ‘허허’ 웃어버리기 일쑤다. 그는 출장가는 비행기에서 난동꾼으로 오해를 사고 법원은 그에게 ‘성질 죽이기’ 치료를 받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심리치료사 라이델(잭 니콜슨) 박사는 그에게 24시간 밀착 치료가 필요하다며 아예 그의 집에 눌러앉는다. 그런데 라이델 박사가 이상하다. 계란 후라이를 너무 많이 익혔다며 접시 째 집어던지고, 주차를 잘못해놓은 남의 차를 방망이로 깨부순다. 도대체 누가 ‘성질 부리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인지 모호해진다.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억지스런 설정이 군데군데 있지만 친절이 무시당하고 불친절이 오히려 대접받는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대입해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마지막 데이브가 린다에게 “내 자신이 바보취급 당하도록 방치해놓은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눈물을 질끔거리게 한다.

이 영화가 4월 미국에서 개봉하자마자 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역대 4월 개봉작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것은 이같은 메시지와 무관하지 않을 듯. 루돌프 전 뉴욕 시장, 테니스 스타 존 맥캔로, 영화배우 우디 헤럴슨이 카메오로 출연해 재미를 더했다. ‘총알탄 사나이3’, ‘너티 프로페서2’의 피터 시겔 감독. 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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