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데뷔 9년만에 황금기 누리는 조미령

  • 입력 2003년 5월 6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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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푼수’ 캐릭터에서 최근 인간적인 변호사로 180도 연기변신을 시도한 탤런트 조미령 사진제공 KM컬처
‘코믹푼수’ 캐릭터에서 최근 인간적인 변호사로 180도 연기변신을 시도한 탤런트 조미령 사진제공 KM컬처
“저 역시 캐스팅에 의문이 들었어요. 변호사 역을 맡으면 시청자들이 저를 과연 변호사로 여겨줄까?”

탤런트 조미령(30)이 데뷔 9년째를 맞아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월 종영된 SBS 시트콤 ‘대박가족’에서 공주병에 푼수기까지 있는 스튜어디스 역을 코믹스럽게 해내 더니 최근엔 이미지를 180도 바꿨다. MBC 법정 드라마 ‘실화극장 죄와 벌’(매주 월 밤 11·05)에 한 달 전부터 투입된 것. 검사(선우재덕)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는 인간적인 변호사로 나온다.

“처음엔 ‘피고인’과 ‘피해자’ 발음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당황했어요. ‘상해치사’같은 법정 용어도 생소했고, 대사도 10줄이 넘게 길게 이야기해야 하는 방식도 힘들었죠. 하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시청자도 이해하지 못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그는 “부드러운 것은 좋지만 검사에게 너무 밀리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힘을 더 줄 생각”이라고 했다.

SBS TV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 헤이 헤이’와 ‘맨Ⅱ맨’에 고정출연하고 있는 조씨는 최근 영화 ‘조폭마누라-돌아온 전설’에 캐스팅됐다. 정부(情夫)의 마음을 빼앗은 여자에게 집요하게 복수하려다 결국 자신이 상대에게 당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조만간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도 진취적인 겉모습과 달리 집안에서는 잠옷 바람에 밥통을 끌어안고 사는 이중적인 커리어우먼으로 우정 출연한다. 심한 목감기로 고생하는 그와 6일 전화통화를 나눴다.

―자신도 그런 이중적 모습을 갖고 있진 않은가.

“물론이다. 여자들은 대부분 그렇다.”

―대박가족으로 형성된 코믹 캐릭터가 앞으로의 연기에 제약을 주지는 않을까.

“사실은 코믹한 걸 잘 못하는 데, 내 자신 편안한 걸 좋아하다 보니까 그렇게 자리잡았다. 바꾸기보단 그 안에서 변화를 추구하겠다.”

그는 이상적인 남성상에 대해서도 “키 크고 잘 생기면 ‘사람’으로 보이고 작고 통통하고 배 나오면 ‘남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박가족’에선 푼수인 동시에 승무원의 유니폼에서 드러나는 페미닌하고 다소 섹시한 면이 시청자들에게 양가(兩價)적으로 다가간 것 같은데.

“섹시? 호호호. 요즘 내가 봐도 ‘뿅’갈만한 외모를 가진 여자 탤런트들이 많다. 난 그런 쪽은 아니다. 어차피 외모론 승부하기 어려우니까 연기와 캐릭터로 나간다는 생각이다.”

―다리가 아름답다는 평가가 있다.

“아, 오해들을 많이 한다. 다리가 예쁜 게 아니고 마른 거다. 각선미 있는 다리가 아니고 젓가락같이 삐쩍 마른. 여하튼 예쁘다니 기분이 좋다.”

조씨는 MBC ‘별은 내 가슴에’ 출연 후 99년부터 2년간 쉬었다. 이후 자신이 ‘망가지는’ 것에 대해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영화 방송에서 출연 제의가 적지 않게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민 중이다. 아직 영화 찍는 재미를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한 장면을 찍기 위해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하니까. 선배들은 ‘나들이 온다는 생각으로 찍는 과정 자체를 즐기라’고 조언해 주지만….”

1남 6녀 중 막내인 그는 천신만고 끝에 태어났다. 뜻하지 않게 일곱째 아이를 갖게된 어머니는 찹쌀 죽을 끓여 먹는 등 각종 ‘민간요법’으로 아이가 스스로 물러나기를 기다렸으나, 생에 대한 그의 강한 의지를 꺾진 못했다고 한다.

-앞으로 맡고 싶은 배역은.

“진짜로 ‘순수한’ 악역을 하고 싶다. 여인천하의 경빈(도지원) 같은…. 독한 역할로 사람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아보고 싶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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