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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경기장 스카이박스, 기업들 '로열마케팅' 장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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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경기장 스카이박스, 기업들 '로열마케팅' 장소로

입력 2002-06-20 16:20수정 2009-09-1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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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스카이박스

중국과 터키전이 열린 13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월드컵 첫 골을 기원하는 중국 응원단 추미(蹴迷)의 열띤 응원으로 후끈 달아오른 그라운드 못지않게 관람석 상단에 있는 79개 스카이박스의 열기도 만만치 않았다. 현대자동차 SK텔레콤 삼성전자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이날 스카이박스를 차지하고 중국의 VIP를 대거 초청했다. 중국 VIP 접대에는 국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나서 이들이 스카이박스에서 최고급 호텔의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얼마나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중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패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경기장의 특급호텔 스카이박스

SK텔레콤이 초청한 왕스(王實)그룹 왕톈타이(王天擡) 회장과 톄퉁화샤뎬신(鐵通華夏電信)의 허장(何强)사장 등 10명의 중국 VIP들이 상암경기장에 도착한 것은 경기 시작 2시간반 전인 오후 1시경. 이들은 스카이박스의 고객에게 주어지는 전용주차장으로 들어선 뒤 별도의 통로를 통해 A등급(12인석)의 스카이박스로 들어섰다. 10평 남짓한 각 스카이박스에는 전용화장실과 각종 음료수가 채워진 홈바와 싱크대, 식탁 테이블이 갖춰져 호텔 객실을 연상케 했다. 캐주얼복장을 한 중국 VIP들과 SK그룹 김승정 부회장은 곧바로 식사에 들어갔다. 스카이박스의 식사를 맡고 있는 롯데호텔은 한명씩 전담 서비스맨을 붙여 양식 메뉴를 수프 애피타이저 주요리의 순으로 서빙했다. 중국의 VIP를 맞기 위해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부리나케 달려온 시간은 오후 2시반경. 이미 경기장은 꽹과리와 북소리로 응원열기가 뜨거웠다. 손 회장은 중국 초청인사를 이끌고 스카이박스 전용관람석에 함께 앉았다.

이 관람석은 스카이박스 바로 앞에 있다. 경기 중에도 스카이박스 서빙을 맡은 직원은 부지런히 음료수 등을 날랐다. 하프타임에는 다시 스카이박스로 들어와 에어컨으로 열기를 식히면서 칵테일을 들며 환담했다. 함께 자리한 SK텔레콤 손태호 중국팀장은 “손 회장은 중국 귀빈들에게 ‘중국이 월드컵 첫 출전이니 만큼 다음번에는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위로했다”며 “사업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고 가벼운 분위기에서 주로 축구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SK텔레콤이 차지한 스카이박스는 상암경기장에서 열리는 3경기 관람에 2억800만원. 12인석이니까 1인당 577만원짜리 축구경기다. 중국 VIP들은 이날 ‘원더풀’을 아끼지 않았다.

월드컵조직위는 국내 첫 도입된 스카이박스가 비싼 탓에 제대로 판매될까 걱정했었다. 이용료(3경기 패키지)는 대부분 1억원선이며 최고 3억46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스카이박스를 로열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예선경기의 경우 예약률이 70%나 됐다. 일본의 스카이박스 예약률은 40%대로 알려졌다.

●‘레드 카펫’ 서비스

그라운드에서 바라본 상암 월드컵경기장 스카이박스의 모습

서울 울산 전주경기장에 1개씩 모두 3개의 스카이박스를 차지한 현대자동차의 손용 대리는 귀빈을 맞는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외빈 접대의 하이라이트인 스카이박스로 갈 때는 긴장한다. 스카이박스에 초청할 정도면 기업매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거물급인 데다 해외바이어 접대를 많이했던 손 대리로서도 스카이박스는 ‘첫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공장견학이나 만찬 또는 시내관광 정도에 그쳤다. 손 대리는 “월드컵 때문에 이같은 접대가 가능하지만 국내 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과거와 같은 접대프로그램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한 단계 수준을 높일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접대는 ‘레드 카펫(red carpet)’ 서비스의 일종이다. 예부터 서양에서 귀빈을 맞을 때는 집 앞에 붉은 카펫을 깔고서 극진히 대접했다는 데서 따온 말이다. 올해부터 ‘레드 카펫’ 서비스에 나선 산업자원부도 월드컵 기간에 헤닝 슐트놀르 알리안츠 회장과 헬무트 판케 BMW 회장 등 54명의 해외 유명 CEO를 초청했다. 산자부 공무원들이 한명씩 전담 마크맨이 되어 특급호텔의 주니어스위트룸을 잡아주고 최고급 승용차로 수행했다. 또 4개의 스카이박스를 이용하는 등 이번 초청 프로그램에만 20억원을 들였다. 이미 북아일랜드와 중국 등이 이 같은 외빈 접대로 외자 유치에 큰 효과를 봤다는 점을 벤치마킹했다.

●접대의 업그레이드

대구 경기장 스카이박스에서 음식 서빙을 총지휘했던 부산 롯데호텔의 탁창화 연회과장은 1년 전부터 프랑스의 주요 축구경기장 스카이박스를 둘러봤다.

“프랑스에서는 1년 단위로 기업들이 스카이박스 이용권을 사 외빈용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번에 서빙하면서 우리의 접대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술접대나 시내관광에서 스포츠 및 공연관람과 비즈니스가 어우러진 접대로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기업들도 나름대로 접대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에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월드컵에 초청한 주요 인사들의 입국부터 출국까지 모든 모습을 디지털비디오에 담아 CD로 만들어 주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병욱 부장은 “삼성그룹이 삼성임원의 골프 접대를 금지한 것도 좀더 새로운 접대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로 봐야 한다”며 “접대문화가 한번 고급화되면 하방 경직성이 있어서 수준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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