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의원 李총재비난 파장]국회, 바람잘 날 없어

  • 입력 2000년 7월 15일 01시 14분


국회는 13일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의원의 ‘청와대 친북 세력’발언으로 정회 소동을 빚은데 이어 14일 부정선거 시비를 둘러싼 여야 감정 대립으로 또다시 파행 운영됐다.

▼본회의 파행▼

○…이날 본회의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이 끝나고 정부측의 2차 답변에 앞서 민주당 정대철(鄭大哲)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정면 비판하면서 여야가 맞고함을 주고받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 심야까지 파행을 거듭하다 자정을 넘겨 자동 유회됐다.

11명의 의원 질의가 모두 끝난 오후5시경 정의원이 신상 발언을 신청, 때마침 의석을 비운 이총재의 빈 의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선거부정 발언을 하는 것은 이총재의 명을 받고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회창대표, 정신차리쇼. 이런 정치를 하면 안돼요. 이총재에게 전해주시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야 의석에서 ‘맞고함’이 터져 나왔으나 이한동(李漢東)총리가 그대로 답변에 들어가면서 ‘한때’ 무난히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총리 답변 직후 김문수(金文洙)의원이 신상발언을 통해 “부재중인 제1당 총재에게 삿대질로 비난하는 것은 대단히 비겁한 일이다. 북한 김정일한테 배운 것이냐”고 따진 뒤 “즉각 인격 모독적 발언을 시정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흥분하다가 김무성(金武星)수석부총무의 지휘에 따라 본회의장을 퇴장.

이에 민주당 배기선(裵基善)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얻어 텅빈 한나라당 의석을 바라보며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는 것이 낫겠다”고 성토했고, 김종호(金宗鎬)국회부의장은 배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정회를 선포.

○…이날 사회 문화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은 당 부정선거진상조사특위위원장인 최병렬(崔秉烈)의원과 김문수의원의 발언을 통해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체 수집한 ‘부정 선거’사례를 무차별 폭로.

이에 김명섭(金明燮) 장영신(張英信) 김택기(金宅起) 심규섭(沈奎燮·이상 민주당)의원과 자민련 송광호(宋光浩)의원 등은 신상발언을 통해 “한나라당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위 주장으로 동료 의원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이날 본회의는 하루종일 부정선거 시비로 얼룩졌다.

▼여야 후속 조치▼

○…본회의 파행 직후 여야는 각기 의원총회 등을 열어 상대방을 성토하면서도 총무 접촉을 통해 수습 방안을 모색.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이날 오후 8시30분 1차 회담에 이어 밤10시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 주재로 2차 회담을 갖는 등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한나라당측이 정대철의원의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한데 대해 민주당측은 정의원을 김정일국방위원장에 빗댄 것을 들어 김문수의원의 사과를 요구해 난항.

총무 회담이 열리는 동안 의원실에 대기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대로는 본회의에 응할 수 없다”는 등 강경 분위기 일색. 민주당도 1차 총무회담이 결렬된 후 단독으로 본회의를 속개, 나머지 의사일정을 진행한다는 강경 방침을 정하고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

그러나 한나라당 부총무단이 이만섭의장을 찾아와 본회의 진행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이의장이 이를 수용해 밤 11시30분경 사회를 보지 않겠다고 여야 총무에게 통보. 여야 총무들은 대기하고 있던 의원들을 귀가시켰다. 이의장은 나머지 정부측 답변은 서면대치 조치.

○…본회의가 유회된 후 민주당은 전용학(田溶鶴)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의원들의 무책임한 부정선거 시비로 국회가 파행된 데 대해 배신감과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공격. 한나라당 정창화총무는 “민주당이 야당총재에게 삿대질을 하는 등 망발을 하고도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며 여전히 앙앙불락.

<윤승모·선대인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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