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구씨 수사표정]후배검사와 냉랭한 입씨름

  • 입력 1999년 7월 26일 19시 20분


진형구(秦炯九)전대검 공안부장이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의혹’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26일 오전 9시5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출두한 것은 93년 5월27일 슬롯머신 사건과 관련해 이건개(李健介·현 자민련 의원)전대전고검장이 출두한 이래 6년만의 일.

진전부장은 이날 서울지검 현관 대신 대검쪽 주차장을 거쳐 민원실에 도착해 신원 확인절차를 밟은 뒤 1층 로비에 들어섰다. 전직 검찰고위간부에 대한 예우나 배려 없이 그는 일반인과 똑같은 절차를 밟았다.

91∼92년 총무 조사부장, 93년에는 요직인 서울지검 2차장을 지낸 그에게 이날 서울지검은 무척 낯설어 보이는 듯했다.

회색 정장차림의 진전부장은 ‘파업유도 문제를 협의했느냐’ ‘검찰 수사에 불만이 없느냐’는 등 잇따른 취재진의 질문에 손을 가로 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직행하려다 사진기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잠시 촬영에 응한 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진전부장은 곧바로 청사 11층 동쪽 끝 1143호 특별조사실로 올라갔다. 이훈규(李勳圭)수사본부장이 들어와 독대했다.

“국민적 의혹이 쏠려있는 만큼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해 주십시오.”

“내가 아는 것만 진술하겠소.”

불과 얼마전까지 후배 검사로 깍듯이 예의를 지켜왔던 이수사본부장이 차가운 어조로 수사 협조 요청을 하자 진전부장 역시 차갑게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나는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기자들에게 말을 한 일도 없고 파업을 유도한 일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부터 다 부인하면 곤란합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시지요.”

그러나 진전부장은 “나는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했다는 것.

이본부장은 자신이 조사실에 들어간 이유를 “예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사때문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칭에 대해서는 “적당한 호칭을 사용했다”고만 말했다.

이본부장이 나가고 이 사건 주임검사인 이귀남(李貴男)특수3부장의 신문이 시작됐다. 조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27일 출두하는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일체의 예우없이 일반인과 똑같은 소환 절차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수형·김승련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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