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정훈/점치면 「미래에 대한 궁금증」풀릴까

  • 입력 1998년 4월 30일 08시 05분


해가 바뀌거나 중대한 결정을 내릴 일이 있으면 점을 쳐보고 싶은 생각이 나기 쉽다. 더구나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지고 실직이나 부도로 인해 삶이 큰 벽에 부닥치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점으로라도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이런 생각은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과학 문명과 정보를 자랑하는 미국의 레이건전대통령도 미소정상회담이나 중거리 핵미사일 폐기협정 등 중요 정책을 결정할 때 점성가와 상의해 날짜와 시간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첨단정보산업의 메카라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도 인텔 애플사의 간부, 컴퓨터프로그래머, 벤처기업 전문 변호사 등을 고객으로 인기를 누리는 점쟁이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출마여부나 당락을 점쳐보려는 정치꾼들로 용하다는 점집은 또다시 성황을 이룰 것이다.

과연 점은 얼마나 맞는 것일까. 철학서이자 점술서인 주역을 평생 공부했다는 공자도 생전에 점을 두번밖에 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을 거울같이 맑게 닦았으므로 생각으로 세상일을 훤히 알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 세상에 성자들처럼 조금도 사심 없이 점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88올림픽 때 우리나라의 종합순위에 대해 담당 실무자들은 10위로 예상했고 국내의 손꼽히는 점쟁이는 8위로 예언했으나 결국 우리는 4위에 올랐다. 지나고 보면 적중한 점이 거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점은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나 갖고 산다. 스스로 마음을 살펴 성실하고 감사하며 이웃을 돕고자 하면 앞길이 훤히 열릴 것이고 이와 반대면 전정(前程)이 막힐 것이다.

은나라 태무(太武)때 궁중에 불길한 징조가 있어 사관이 점을 청했다.

점쟁이는 “상서로운 점괘는 복(福)의 징조이나 선(善)을 베풀지 않으면 오려던 복이 사라지고 재앙의 점괘는 화(禍)의 징조이나 선을 베풀면 화가 오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고사(故事)는 시대와 장소를 떠나 누구나 깊이 새겨야 할 지침이다.

박정훈<원불교 전북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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