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여사,학위 수여식서 60년만에 日스승 만나

  • 입력 1998년 4월 24일 19시 47분


“영부인이 되다니… 그리고 일본에서 다시 만나다니 꿈만 같고 장한 일이에요.”

“연단에 서서 기념강연을 하면서도 스승님이 어디 계신지 찾았어요.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뵐 수 있다니….”

24일 도쿄(東京)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학에서 열린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는 학위를 받은 뒤 열린 다과회장에서 60여년만에 만난 일본인 스승과 감격의 포옹을 하며 떨어질 줄 몰랐다.

이여사의 방일 소식을 듣고 후쿠오카(福岡)현에서 이날 아침 도쿄로 달려온 올해 여든네살의 소노다 치에(園田)할머니. 이여사와 소노다 스승의 인연은 6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서산에 갔던 이여사는 서산공립보통학교 6학년 시절 소노다선생을 만났다. 소노다선생은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이여사를 하숙집으로 불러 정성껏 지도했다. 이여사는 그 덕분에 서울 이화고녀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여사는 이 이야기를 자신이 쓴 ‘용기있는 여자’에 기록했고 95년 일본방문 때 NHK와의 대담에서 스승에 대한 추억을 소개했다. 소노다선생의 아들이 이 방송을 우연히 듣게 되면서 사제간의 연락이 재개됐다.

“언제나 건강하게 대통령과 함께 한국의 발전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힘써 주세요.” 노스승은 눈물을 글썽이며 제자의 앞날을 축복했다.

한편 이날 학위수여식에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일본총리 등 정치인과 학교 관계자 등 4백여명이 참석했으며 이여사는 ‘고난의 현재적 의미’라는 제목의 기념강연을 통해 “한국의 평화적 정권교체는 민주화와 정의에 목말라 하던 민중의 승리”라고 말했다.

〈도쿄〓윤상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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