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세일즈 외교

  • 입력 1998년 4월 23일 19시 43분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재외공관장회의가 23일 폐막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전날 청와대만찬에서 “모든 외교관은 세일즈맨”이라고 말했다. 정치안보외교와 경제통상외교 중에서 후자를 강조한 언급이다. “서희(徐熙)와 최명길(崔鳴吉)같은 외교적 지도자가 나오기 바란다”는 격려도 했다. 이 두 사람은 안보외교가에 속한다. 김대통령은 두 사람의 실용주의 노선을 높이 평가한 것같다.

▼보스워스 미국대사는 대한상의 강연에서 한국기업의 자산가격이 너무 높다는 자국기업인의 견해를 전했다. 또 한국기업인들은 경영권 공유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크리스텐슨 부대사의 단국대 특강도 같은 내용이었다. 외교관 세일즈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최근 코언 미국방장관은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에서 무기판촉활동을 벌였다. 미국의 장관 대사도 세일즈에 한창이다.

▼외교관의 세일즈활동은 부국일수록 통례화한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정치적 지원을 얻기 위한 안보외교에만 매달려온 감이 있다. 세계차원에서 끝난 냉전이 국지적으로 계속되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국익에 대한 정부지도자들의 원려(遠慮)가 늦었다는 비판이 많다. 체면보다 목표 우선의 실용외교가 뒤늦게 강조되고 있다.

▼외무부장관은 이번 공관장회의에서 공관별 수출액 할당방침을 밝혔다. 개발독재 시절 시행했던 방식이다. 그런 정신으로 하라는 뜻이겠지만 공관간 경쟁은 유기적 합동전략을 깨는 부작용도 따른다. 기업지원준칙도 늦었다. 이젠 국내기업 서비스보다 외국기업 세일즈가 더 중요한 비상상황이다. 또 통상정보 강화를 내건 안기부의 해당분야 책임자를 이번 회의에 참여시키지 않은 것은 종합대책의 허점이다. 아직도 실용 아닌 형식에 얽매인 흔적이 적지 않다.

김재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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