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동포의 오늘 ④]한인회,징용韓人임금 반환訴준비

  • 입력 1998년 4월 20일 19시 52분


사할린에 강제 징용된 한인들은 인간 이하의 조건 속에서 가혹한 노역에 시달렸지만 그 대가를 거의 지급받지 못했다. 일제가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노임을 강제 저금하고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2월27일 취재진이 찾아간 사할린 한인노인회 사무실에선 박형주(朴亨柱·69)고문이 한인들로부터 모은 각종 통장과 보험증서 등을 정리하고 있었다. 우편저금 신용조합증권 간이생명보험 대동아전쟁할인국고채권…. 한인들이 강제로 매입해야 했던 ‘금융상품’의 종류는 다양했다. 박씨의 설명이었다.

“일본은 43년부터 패전 때까지 한인들의 임금을 강제로 저금하게 했지요. 개인별 저축액이 적게는 몇 십엔부터 많게는 몇 천엔까지 이르렀습니다. 3천엔이면 집과 땅 몇 십마지기를 살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닙니까.”

일본정부를 상대로 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 재판을 준비중인 박씨는 대만이 일본을 상대로 일제 당시의 우편저금액의 1백20배를 돌려받았다고 귀띔하고 우리도 최소한 그 정도의 환율로 보상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경제난으로 살기가 더 어려워진 한인들은 강제저금 반환 소송에 큰 희망을 걸고 있었다.

고르노자보츠크의 시장에서 만난 박신남씨(77·여)는 “나는 곧 죽겠지만 저금이라도 찾아야 자식들이 그나마 고생을 덜할 것”이라며 주름이 깊게 팬 얼굴에 눈물을 글썽였다.

일본 우정성은 지난해 2월 사할린 한인들의 청구가 있을 경우 러시아국적과 무국적자에게는 우편저금법의 이자를 붙여 지급하고 북한국적자에게는 북―일(北―日) 국교정상화협의를 지켜보고 지급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금액을 입증할 원장부는 일본에 없고 사할린에선 59년 원본을 소각해버려, 반환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사할린 한인문제를 돕고 있는 일본의 다카기 겐이치(高木健一)변호사는 “원장부가 없는 것은 예금자의 책임이 아니라 일본정부의 관리문제”라며 일본정부가 지급에 성의를 보일 것을 촉구한 바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