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 (699)

  • 입력 1998년 4월 18일 17시 31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24〉

몹시 당황한 두목은 다시 독으로 다가가 독에 손을 대어보았다. 그러나 너무나 뜨거워 독에는 손도 댈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러나 사정을 살펴보기에는 주위가 너무 어두웠다. 생각다 못한 그는 짚단 하나를 들고 와 불을 붙였다. 그리고 독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독 안에 웅크리고 있는 부하들은 하나같이 뜨거운 기름에 튀겨진 채 무럭무럭 김을 풍기고 있는 게 아닌가.

서른일곱 명의 부하들이 더없이 참혹하게 죽어 있는 것을 확인한 두목은 정말이지 기절초풍을 할 것 같았다. 어둠 속에 서서 미친 사람처럼 좌우를 두리번거리고만 있던 그는 마침내 안마당 가의 담 위로 기어올라갔다. 그리고는 길쪽으로 뛰어내리더니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때까지 어둠 속에 숨어서 기름장수의 일거일동을 훔쳐보고 있던 마르자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짜 기름장수가 달아남으로써 주인 일가와 거기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위험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자 그녀는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가 알리바바를 깨우러 갔다.

잠에서 깨어난 알리바바는, 이렇게 일찍 자신을 깨운 것은 목욕탕에 가기 위해서려니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옷을 입고 나갔는데, 뜻밖에도 마르자나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그녀를 보자 알리바바는 다소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대체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나를 깨웠나?”

그러자 마르자나는 쌩긋 웃으며 대답했다.

“주무시는 걸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긴히 보여드리고 말씀드리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있어서 이렇게 일찍 깨웠습니다.”

이렇게 말한 마르자나는 알리바바를 데리고 서른여덟 개의 독들이 놓여 있는 안마당으로 내려갔다.

“주인님, 이 독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한번 들여다 보세요.”

이렇게 말하며 그녀는 첫번째 독의 뚜껑을 열어보였다. 그리하여 알리바바는 독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다음 순간 그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서른일곱 개의 독에는 저마다 무기를 소지한 건장한 남자들이 기름에 튀겨진 채 죽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냐?”

알리바바는 와들와들 몸을 떨며 물었다. 그러한 알리바바를 진정시키며 마르자나는 간밤에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그동안 시기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미루어 왔던 이야기, 즉, 문간에 흰 분필과 붉은 분필로 표시를 하여 도둑들을 따돌렸던 이야기도 모두 털어놓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난 알리바바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다정스레 그녀를 껴안았다.

“오, 축복받은 나의 딸아! 너는 알라께서 주신 나의 딸이다. 너는 앞으로 집안일을 지휘하고 내 아이들의 누이가 되어주기 바란다.”

그밖에도 그는 여러 가지 다정한 말로 그녀의 용감성과 현명함을 칭찬하며 감사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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