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탐구]싸움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

  • 입력 1998년 4월 15일 19시 45분


“제 직장 때문에 아내와 저는 몇 년간 주말에만 만났습니다. 당시 사는 것은 힘들었지만 둘이 만나면 너무 좋았어요. 하루 이틀 지나면 헤어질 사람이라서 서로 기분을 맞춰주려고 노력했지요. 그 때는 같이 살 수만 있다면 너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올해부터 막상 같이 사니 그게 아니더군요. 하루도 싸우지 않는 날이 없어요. 아마도 나는 아내에게서 좀 더 따뜻하고 정성어린 보살핌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것 같습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같이 살면 내가 살림을 거들어 주기를 기대했던 모양입니다. 기대치가 엇갈리니 싸울 수밖에요. 우리는 분명 사랑하는데 그런 문제로 싸우다 보면 왜 사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

어느 남편의 하소연이다.

부부싸움을 하는 이유는 참 많다. 가장 많은 것이 돈 문제, 성 문제, 아이 양육문제, 이들 부부처럼 집안일을 누가 하느냐의 문제까지. 그런데 겉으로 드러나는 원인이 어떤 것이든지 속에 숨어 있는 원인은 딱 하나다. 바로 ‘파워게임’이다. 누가 주도권을 잡고 누가 이기느냐의 싸움. 그러니 분명 패자가 있어야 한다. 상대방을 패자로 만들기 위해, 자기는 승자가 되기 위해 피가 튀도록 싸우는 것이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의 싸움은 결국 둘 다 피해자라는 생각으로 끝나버린다. 왜냐하면 그것은 결국 상처뿐인 영광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부 싸움은 승자―패자의 싸움이 아니라 승자―승자의 싸움이어야 한다. 나도 이기고 너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답은 자명하다. 서로에 대한 성숙한 배려이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