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96)

  • 입력 1998년 4월 15일 07시 27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21〉

“아무쪼록 이 집이 당신 집이라고 생각하시고 편히 쉬십시오.”

식사를 마치자 알리바바는 손님이 거북해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물러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기름 장수, 아니 그 도적의 두목이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변소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주시겠습니까?”

“그야 물론이지요.”

알리바바는 이렇게 말하고 기름 장수의 독들이 나란히 놓여 있는 뜰 한 귀퉁이에 있는 변소를 가르쳐주었다. 변소 위치를 가르쳐준 알리바바는 손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그 자리를 떴다.

알리바바가 자리를 뜨자 도적의 두목은 나란히 놓여 있는 독으로 다가가 그 하나하나에다 몸을 구부리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이봐, 네가 들어 있는 독을 향하여 내가 작은 돌멩이를 던질 테니, 돌이 맞는 소리가 들리면 당장 뛰어나오도록 해라.”

이렇게 일일이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 두목은 이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오자 램프를 들고 기다리고 있던 마르자나는 손님 방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리고 그녀는 곧 물러났다.

두목은 자신의 계획을 실수없이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미리 잠을 좀 자둬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둘러 침상 위로 가 누웠다. 침상 위에 누운 그는 이내 심하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한편, 손님을 손님 방으로 안내하고 난 마르자나는 램프를 들고 부엌으로 갔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집 안을 한번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때, 들고 있던 램프의 불이 꺼져 버렸다. 램프에 기름이 다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기름이 다 떨어졌네.”

마르자나는 이렇게 말하고 기름이 비축되어 있는 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광에 있는 기름통에도 전혀 기름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걸 보자 마르자나는 난처해하며 중얼거렸다.

“낮에 기름을 사 두는 걸 깜박 잊었군.”

그리고 그녀는 새로 들어온 남자 노예 압둘라를 불러 기름이 떨어졌으니 어쩌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압둘라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누님도 참! 기름이 떨어졌다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 지금 안마당에는 올리브 기름이 가득 채워진 독이 서른여덟 개나 있는데 말요. 기름 값은 내일 아침에 치르기로 하고, 오늘 밤에는 필요한 만큼 기름을 갖다 쓰면 될 거 아니에요.”

“하긴 그렇구나.”

그러자 압둘라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영리하고 똑똑하기로는 세상에 마르자나 누님을 따를 사람이 없다고 알았는데, 오늘 밤에 보니 영 아니군요. 그나저나 나는 일찌감치 들어가 자야겠어요. 내일은 일찍 일어나 주인 나리를 모시고 목욕탕에 가야 하니까요.”

이렇게 말한 압둘라는 기름 장수의 방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코를 골기 시작했다.

마르자나는 기름통을 들고 안마당으로 나갔다. 기름 독 곁으로 다가간 그녀는 첫번째 독 뚜껑을 열고 기름통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독 안에는 기름 대신 뭔가 둥글고 단단한 물체가 부딪히는 게 아닌가.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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