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K1「다큐멘터리…」/방송의 참회 신선한 충격

  • 입력 1998년 4월 13일 08시 10분


누군가가 ‘나 이렇게 나쁜 짓을 많이 해왔다’고 고백할 땐 두 갈래의 해석이 가능하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일 수도 있고 스스로의 악행을 인정했으니 앞으로 잘 봐달라는 ‘면죄부 자가발급용’일 수도 있다.

KBS 1TV가 9일 방송한 ‘다큐멘터리 대한민국―방송 50년, 영욕의 자화상’(밤 10·15)은 방송의 부끄러운 모습을 전자에 가깝게 엄정한 시선으로 짚어낸 참회록이다.

이 프로는 일제의 지배를 위한 도구로 탄생, 출생때부터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해왔던 방송의 부끄러운 역사를 숨김없이 보여주었다.

암울했던 70년대 독재정권에 대한 목숨건 저항을 외면한 채 유신세력의 충실한 선전기관 노릇을 해왔던 방송, 80년 광주의 비극에 눈감고 언론인 강제해직과 언론통폐합의 치욕을 겪으면서도 태평가를 불렀던 방송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냈다.

이 프로의 가장 큰 미덕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덩달아 새로 태어난 것마냥 ‘눈가리고 아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말 대통령 선거 다음날 세상이 바뀌자 ‘인동초의 고난과 승리…’ 어쩌고 하며 용비어천가를 불렀던 방송의 뻔뻔함을 예로 들면서 ‘새정부 출범 이후에도 해바라기성 보도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과감하게 지적했다.

이 용기있는 고백이 뼈를 깎는 자기반성일지, 말뿐인 ‘면죄부 자가발급’일지는 앞으로의 행보가 증명해줄 터. 16일 같은 시간에는 ‘신문 50년, 누구를 위한 언론자유인가’를 방송한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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