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치료비 「카드결제」 왜 안되나?

  • 입력 1998년 4월 10일 19시 57분


10일 오후 4시20분경 서울 S대병원 본관 1층. 3월12일 내과 진료예약을 했던 이모씨(52·여·서울 동소문동)는 서둘러 집으로 전화해 딸에게 현금을 가져오라고 요청해야 했다. 거의 한 달만에야 진찰을 받게 된 내과의가 위내시경 검사를 권했고 곧바로 검사 예약을 하려면 ‘현금’이 필요했기 때문.

신용카드로는 의료비를 계산할 수 없는 병원들의 폐해. 나아지는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병원은 전체 병원의 1%도 안된다. 지난해 5월 감사원의 보건복지분야 감사결과 전국의 의원급 이상 의료기관 2만9천4백87개 중 진료비의 일부라도 신용카드로 받는 곳은 2백4곳에 불과했다. 전 진료분야에 모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종합병원은 경상대병원 단 한 곳뿐.

외국인과 응급실 환자에 한해 신용카드의 사용이 가능한 서울J병원의 한 관계자는 “진료비의 1.5∼4%를 카드 수수료로 내면 적자액이 1백억원은 늘 것”이라며 “욕을 먹더라도 차라리 그게 낫지 병원문을 닫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이용자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현금지급기를 설치해 놓고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현금지급기를 설치한 은행 외의 다른 은행 현금카드로는 보통 오전 9시반∼오후 4시반에만 현금지급기를 사용할 수 있다. 수수료도 고스란히 환자 부담이다.

〈이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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