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換亂특감/청와대 보고과정]YS,11월중순에야 알아

  • 입력 1998년 4월 10일 19시 57분


한국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 외환위기는 왜 일어났고 누구의 책임인가. 감사원이 1월30일∼3월7일 벌인 ‘외환 금융관리실태 특별감사’를 토대로 10일 내놓은 ‘97년 외환위기의 원인분석과 평가’ 내용을 △구조적 측면 △정책 실패 △외환위기 보고과정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외환위기의 실상을 과연 언제쯤 제대로 인지했을까. 환란(換亂)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가장 궁금하게 여겨온 대목이다.

감사원 특감결과는 김전대통령이 97년 11월14일 ‘금융시장 안정 및 금융개혁추진을 위한 종합대책안’을 보고받기 전에는 외환위기의 중요성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먼저 김인호(金仁浩)전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감사원 조사과정에서 “당시 상황이 악화된 97년 11월7일 이후에는 주식 환율 등 동향을 대통령에게 수시(1일 2,3회) 보고했고 IMF금융지원 문제도 검토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도 “11월10일 수립중인 종합대책의 골격 보고시 이같은 대책의 효과가 여의치 않을 경우 IMF구제금융이 불가피할 것 같다는 내용을 보고했고 11월14일에도 IMF 금융지원요청 방침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김전대통령도 서면진술에서 “강부총리로부터 금융 외환안정 종합대책을 보고받으면서 IMF 금융지원요청 가능성 등을 보고받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강부총리의 보고자료(1쪽 분량) 초안을 작성한 실무과장은 ‘IMF 일본 등과 외자조달협의’ 부분이 당초 대책중 일곱번째 사항으로 포함돼 있었으나 부총리가 검토하면서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또 11월10일 보고 당시 배석했던 김 경제수석도 “강부총리가 6개 사항의 대책을 보고하고 이들 대책을 시행해보고 안되면 IMF에 가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정도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오후 홍재형(洪在馨)전경제부총리가 “외환사정이 국가부도가 우려될 만큼 심각하다. IMF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패키지로 자금지원을 요청해야 한다”고 김대통령에게 급한 목소리로 건의했다.

홍전부총리는 전날 윤진식(尹鎭植)청와대조세금융비서관으로부터 외환위기의 실상을 전해듣고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기로 결심했다.

당시 김대통령은 깜짝 놀라면서 “그 정도로 외환사정이 심각하냐”고 반문하는 등 외환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11월12일 김광일(金光一)정치특보의 주선으로 윤비서관은 김대통령을 독대(獨對), “IMF금융지원요청만이 유일한 방안이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건의했다.

강전부총리와 김전경제수석은 11월14일 이전에는 IMF문제에 관한 자료 준비도 없이 다른 내용을 보고하면서 거기에 덧붙여 언급하는 정도의 ‘부실 보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김전대통령도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제때에 실상을 파악해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진하도록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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