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대표 퇴임회견]『평생 양보해도 손해 거의없다』

  • 입력 1998년 4월 9일 19시 55분


한나라당 이한동(李漢東)대표가 9일 퇴임기자회견을 가졌다. 당헌 개정으로 대표자리가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된 것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뒤 6개월동안 큰일을 많이 치른 탓인지 그의 표정에서는 시원섭섭함이 느껴졌다. 이회창(李會昌)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동요하던 당을 다잡아 대선을 지휘했다. 이어 민주당과의 합당, 야당으로의 전신(轉身), 여권의 정계개편 시도 저지, 당내 동요 진정시키기….

이대표는 특히 정권을 내준 뒤 야당으로의 전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당론을 통일시켜 김종필(金鍾泌)총리 인준동의안 통과를 막았고 북풍수사와 ‘의원빼가기’에 강경투쟁으로 대항했다. 또 총리인준 거부투쟁은 계속하되 민생과 관련된 경제현안 처리에는 협조하도록 당론을 정경분리 원칙으로 ‘U턴’시키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대표는 평소 대화와 타협을 통한 큰정치를 표방해왔다. 이회창명예총재 김윤환(金潤煥)고문등 비당권파가 ‘지도부 흔들기’를 계속했지만 침묵하며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해 왔다. 다만 그는 퇴임회견에서 ‘종신양로불왕백보’(終身讓路不枉百步·일생동안 남에게 양보해도 손해가 거의 없다)라는 말로 비당권파에 대한 섭섭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정말 힘든 6개월이었다. 나를 희생해서라도 당이 깨지지 않고 갔으면 고맙겠다는 일념으로 그동안 일해왔다. 우리당이 흔들리지만 않으면 분명히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이대표는 부총재제의 도입으로 부총재를 맡게 된다. 그는 앞으로도 사리(私利)와 술수에 얽매이지 않고 정도(正道)를 걷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차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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