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國難에 공무원들 복지부동이라니…

  • 입력 1998년 4월 9일 19시 55분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 가까이 되는데도 공직자들이 여전히 일손을 놓고 있다. 이른바 ‘신복지부동(新伏地不動)’현상이다. 전반적으로 공직사회가 어수선하고 일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지적들이다. 지금이 어떤 때인데 이러는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놀라운 것은 국방부 노동부 등 일부 중앙부처와 서울시의 국장들 방에 아직까지도 김영삼(金泳三)정부의 3대 국정지표와 ‘신한국창조’ 구호가 걸려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한심하고 기막히는 것은 해당 국장들이 ‘위에서 지침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는 점이다. 제 정신들인지 묻고 싶다. 명색이 중앙부처 국장이 이처럼 피동적(被動的)이고 꽉 막혀 있으니 그 아래 공무원들의 분위기가 어떨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각 지자체 공무원들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의 일손을 놓은 채 ‘줄서기’와 ‘편가르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서울시장직무대리가 “국장들 입에서 ‘6월말이면 서울시장이 바뀌니 그때까지만 어물어물 넘기면 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 공식회의에서 간부들을 질책했겠는가.

공무원들이 전혀 움직이려 들지 않으니 새 정부의 각종 정책인들 제대로 시행될 리가 없다. 부처간에 손발이 맞을 리도 없다. ‘봉사행정’은 말뿐이고 일선 민원실마다 민원이 수북이 쌓이고 있다. 결국 세금내는 국민만 골탕먹고 있다.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은 이미 지난해 대선 이전부터 쭉 계속돼 왔다. 일부 공직자는 정부직제개편과 대규모 물갈이인사, 공무원 봉급삭감 등을 공무원 사기저하나 복지부동의 이유로 내세우는 모양이다. 그러나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국난극복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바로 공직자들이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한국의 위기를불러왔다’는외국인들의지적을 우리공직자들은가슴에새겨야 한다.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은 일차적으로 각 부처를 맡은 장관과 기관장의 책임이나 궁극적으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의 국정장악력까지도 의심케 하는 문제다. 공직사회를 틀어잡지 못한 데서 나타나는 기강 해이 현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별기동단속반을 가동해서라도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공무원 성과급제와 연봉제 도입을 내년까지 미룰 것이 아니라 조기에 확대 실시할 필요가 있다. 재임기간 중 3,4번 정도 재임용받게 하는 공무원재임용제도도 빨리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 공직자들의 기강확립과 생산성 향상 없이는 국난극복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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