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 지구촌리포트⑫]인터넷 가상서점 「아마존」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19분


서적 판매사업을 시작한지 2년 남짓한 기간에 세계 최대의 서점으로 성공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렇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영화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으로 유명한 미국 북서부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컴’사가 바로 그 주인공. 이곳 다운타운에서 눈여겨 봐야만 겨우 찾을 수 있는 이 조그만 회사가 지구촌 전역에서 밀려오는 책 주문으로 24시간 바쁜 나머지 ‘잠 못이루는 밤’을 실감하고 있다.

아마존의 사장이자 창립자인 제프리 베조스는 94년 당시 뉴욕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매니저로 근무하던 서른살의 샐러리맨이었다. 어느날 돌연 사표를 던져버린 그는 청바지 차림에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렌터카를 몰고 서부로 향했다.

시애틀로 온 그는 집과 창고 하나를 빌려 아마존이라는 서점 사업을 준비했다.

베조스는 95년 직원 7명과 함께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인터넷 책 판매에 나섰다. 그는 이 사업에 전재산 1백만달러를 털어넣었다.

이 회사는 지금도 시애틀은 물론이며 미국과 세계 그 어느 곳에도 책 판매를 위한 단 한군데의 매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보유하고 있는 책종류만 세계 전체의 3백만종 가운데 83%에 해당하는 2백50만종이 넘는다. 지금까지 아마존 서점을 찾은 고객은 1백60여개국의 1백60여만명에 달한다. 지난 해 매출액은 2억6천만달러(약 3천6백억원)를 기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마존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도대체 서점이 어디 있는가”하고 물으면 그들은 컴퓨터를 가리키며 빙긋 웃을 뿐이다. 해답이 바로 ‘인터넷’에 있기 때문.

아마존은 인터넷 ‘www.amazon.com’으로 접속해 만나는 이른바 ‘사이버 책방’. 원하는 책을 찾아 마우스로 클릭하면 곧바로 주문으로 들어가고 신용카드로 책값을 지불한다. 그러면 빠르면 바로 그날 집으로 책이 배달된다. 세계 어디서나 항공편이나 선편 등 원하는 배달 방식에 따라 책을 살 수 있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얘기처럼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로 애된 얼굴의 청년 베조스는 일약 인터넷 상거래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를 미련없이 떠났던 베조스는 지난 해 5월 뉴욕 장외주식시장(나스닥)에 다시 입성했다. 아마존 주식은 주당 60달러를 오르내릴 만큼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인터넷 상거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아마존에는 늘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 ‘원 클릭 쇼핑’ ‘온라인 선물센터’라는 신조어들이 따라다닌다.

직원수도 이미 1천명이 넘어섰지만 계속 늘어나는 일감으로 아마존의 인터넷 리크루트 코너에는 구인광고가 끊일 날이 없다.

깜짝 놀란 미국의 대형서점 ‘반스 앤드 노블’ ‘보더스’ 등도 인터넷 매장을 잇따라 열었다. 하지만 ‘1등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처럼 아마존을 따라잡기에는 이미 때를 놓쳤다.

하루 24시간 3백65일 휴일 없는 사이버서점 아마존은 서부 시대처럼 가상공간에서 끊임없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책 판매에 이어 음반 판매에도 나서 현재 1백50만종을 진열중이다. 또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책방을 3월에 새로 열어 호평을 받고 있다.

인터넷서점은 실제 매장이 없는 탓에 인건비와 화려한 인테리어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존은 책값을 무려 최고 40%까지 할인해 판다.

2백50만종의 책이 담긴 서점이지만 데이터베이스 검색엔진으로 거의 눈깜짝할 사이에 원하는 책을 자유자재로 찾을 수 있다. 동네 조그만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보다 더 빠른 셈. 전문기자 문학평론가 수준의 필진까지 갖춘 아마존은 유명저자 인터뷰, 신문 잡지에 버금가는 고급 서평으로 책 쇼핑의 기쁨을 더해준다.

베조스사장은 “인터넷 서점은 실제 서점에 가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소비자에게 주고 있다”며 “아마존은 저렴한 책값으로 방대한 정보를 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아마존의 성공비결도 인터넷에서 단순히 책을 팔아서가 아니라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책을 사면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으로 들어온 주문은 바로 시애틀 교외와 동부 델라웨어주에 있는 창고로 전달되어 포장 배달로 이어진다. 시애틀 창고에서는 아시아 유럽 등 해외에서 주문한 책(전체 주문의 22%)과 미 서부 지역에서 주문이 들어온 책 배달을 담당한다.

아마존은 현재 영어권 책만을 주로 팔고 있지만 앞으로는 유럽을 비롯해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 출판되는 책까지 팔 계획이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내놓은 책을 아마존에 가면 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벤처기업인 아마존은 원래 그 이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이 흐르는 강을 뜻하듯 지금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책을 유통하는 서점으로 자리잡았다. 앞으로 누가 제2, 제3의 아마존으로 등장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시애틀〓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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