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챔프5차전]기아,현대에 역전 『1승 남았다』

  • 입력 1998년 4월 8일 07시 35분


누가 기아엔터프라이즈를 ‘늙은 팀’이라고 했는가.

오른손에 압박붕대를 친친 감고 오른쪽 눈위에 반창고를 댄 허재. 왼쪽 종아리에 붕대를 동여맨 피닉스.그리고 광고판 너머로 고꾸라지며 볼을 건져내는 리드.

그 투혼 앞에는 호화멤버의 현대다이냇도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7일 잠실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97∼98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1,2차전을 이긴 뒤 3,4차전을 연달아 진 기아는 열세라는 예상을 딛고 현대에 86대84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기아는 7전4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3승을 기록, 앞으로 1승만 추가하면 원년에 이어 2년연속 왕좌에 오르게 된다. 6차전은 9일 잠실종합체육관에서 열린다.

기나긴 공방전끝에 경기종료 31초를 남기고 84대84 동점. 현대의 집요한 수비에 허덕이던 허재가 공격제한시간 종료를 바로 앞두고 넘어지듯 하며 중거리슛을 던졌다.

볼은 림을 한차례 튕긴뒤 다시 림을 두바퀴 돌다 그물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남은 시간은 5.9초.

현대 맥도웰이 골밑을 돌파하며 슛을 쏘았지만 불발. 엔드라인밖에서 현대의 아웃 오브 바운드, 남은 시간은 2초뿐.

볼을 받은 맥도웰이 다시 중거리슛을 쏘았지만 피닉스의 블로킹에 걸렸다. 이어 경기종료 버저소리.

이날 5차전은 ‘스타는 역시 위기에 강하다’는 말을 실감케했다. 허재는 지친 기색이 완연한 채 고비에서 3개의 턴오버를 저질러 벤치의 애를 태웠지만 결국 승부사의 역할을 해냈다. 결승골에 앞서 81대84로 뒤진 가운데 경기종료 2분5초전 동점 3점포를 터뜨린 주인공도 허재였다.

8천3백여명의 관중앞에서 벌어진 이날 5차전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 들어 최고의 명승부. 현대는 이상민 맥도웰 추승균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속공을 자랑하며 1쿼터를 31대19, 2쿼터까지 49대42로 앞섰다.

기아가 추격의 고삐를 당긴 것은 3쿼터. 1,2쿼터에서 번번이 림을 맞고 나오던 허재 강동희의 3점포가 연달아 터진 기아는 3쿼터 종료 1분46초를 남기고 리드의 덩크슛으로 68대68, 첫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4쿼터에서 장쾌한 역전드라마를 엮어낸 것.

기아는 김영만이 3점슛 3개를 포함, 팀내 최다득점인 21점을 넣었고 리드가 19점에 리바운드볼 17개를 잡아냈다. 마지막 순간 천금같은 블록슛으로 승리를 지킨 피닉스는 13분여를 뛰며 4득점했다.

〈최화경·전 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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