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길자/아버지,언제나 마음든든한 버팀목

  • 입력 1998년 4월 6일 08시 34분


며칠전 아버지를 소재로 한 TV를 보다가 남편에게 지나가는 말로 “당신은 아버지가 계셔서 좋겠어요”라고 했다.

그런데 평소 무심해서 지나칠 줄 알았던 남편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그러엄, 아버지가 계시다는 게 나에겐 얼마나 큰 힘이 된다고. 마음이 복잡할 때도 얼마나 든든한데.”

담배 연기를 ‘후욱’ 날리며 중얼거리는 남편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아니, 그 나이에 또 저렇듯 늙으시고 연약하신데두요?” 내 마음속 질문을 알아차린듯 이내 남편의 눈가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이제껏 몰랐던 여린 모습을 보았고 왠지 아버지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게 고마워 남편의 손을 잡고 “고마워요”라고 했다. “왜 당신이 고마워?” “당신의 그런 마음씨를 아이들이 보고 크잖아요.”

올해 여든이신 시아버님은 작은 키에 몸도 연약한 편이다. 평소에는 말씀도 없고 자녀들을 조용히 지켜만 보는 분이다.

아! 그랬구나. 말없이 꾸준하기만한 남편의 버팀목이 바로 아버지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새삼스레 아버님이 크게 느껴진다.

역시 부모는 햇빛과 바람과 같은 것이어서 자식을 자생(自生)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는가 보다.

나는 잠시 선산에 누워 계신 친정 아버지 생각에 목이 멘다. 5,6년을 중풍으로 병상에 있으면서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웃을 줄 밖에 모르고 모든 시름, 모든 과거는 다 잊었어도 임종하던 날 ‘내 딸’이란 말만은 온 힘을 다해 당신 가슴에 새기고 가신 아버지.

나 또한 지금껏 가슴깊이 각인되어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 빛바랜 사진첩처럼 가슴속에서 꺼내보게 하는 아버지는 울적할 때마다 보고 싶고 힘이 된다.

지금 TV에서는 화면 가득 여러 자녀들에게 둘러싸여 다복해 보이는 노부부가 자신들이 살아온 힘들었던 지난날을 제대군인들 군대이야기하듯 회상하고 있다.

초인종이 울렸다. 신문배달 소년이다. 신문대금을 건네며 넌지시 물으니 두 동생을 거느린 소년가장이라고 한다. 음료수를 받아마시며 돌아서는 등뒤가 왠지 시렵게 보인다. 아버지의 존재는 무엇일까.

김길자(광주 남구 월산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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