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특감]사업비 낮게 산출…수익성 오류투성이

  • 입력 1998년 4월 3일 20시 01분


감사원이 경부고속철도 특별감사에서 초점을 맞춘 부분은 정부 사업계획의 주먹구구식 ‘숫자 짜맞추기’였다. 사업추진에만 급급해 ‘더할 것은 빼고, 뺄 것은 더하는’ 변칙적인 회계법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2016년 첫 흑자발생, 2034년 부채상환’이라는 건설교통부의 계산을 감사원은 한마디로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2035년까지도 흑자는 물론이고 부채상환조차 어렵다는 게 감사원이 내린 진단이다.

감사원은 그 이유를 우선 97년 17조5천28억원으로 산출된 총사업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서 찾았다. 남서울역∼서울역간 신노선건설, 63편성의 차량추가구입 등에 4조5천2백64억원을 더 들이다보면 규모는 22조2백92억원으로 불어난다는 결론이다.

이처럼 총사업비 산출에서 ‘구멍’이 생기다보니 수익성 계산에서 필연적으로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고속철도 운영에 따라 발생하는 편익(便益)은 전체 사업투자비(22조3천억원)를 상정해 계산한 반면 투자비용은 2005년 우선 개통시까지의 사업비만을 적용했다.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식 계산법이라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나아가 감사원은 ‘IMF난국’으로 인해 향후 재원조달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으로 정부지원(35%) 정부융자(10%) 채권발행(55%) 등으로 재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감사원은 현재의 경제형편에서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던졌다.

감사원 특감은 그동안 제기돼온 사업추진과정의 부실도 다시 확인시켜줬다. 천안 역사는 필요보다 8배이상 크게 지어지고 있고, 천안 정차장의 콘크리트 처리방법과 교량신축 이음장치를 결정하는데 2년이나 소요됐다. 또 조치원∼대전 구간에 있는 비룡교는 안전성 검토결과 결함이 있다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용역만 반복하면서 3년 이상 시간을 끌었다.

감사원은 이번 특감의 ‘신랄한 지적’들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정책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사업비 절감방안, 구간별 단계건설방안, 재정지원확충방안 등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계획을 재검토하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또한 감사원은 그동안 수없이 지적됐던 철도의 안전성문제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분야이고 감사인력이 부족한 한계가 있었지만 점검 결과 근본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자신없음’을 내비쳤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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