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애할머니,칠순잔치서 불우노인 수백명 음식대접

  • 입력 1998년 4월 3일 20시 01분


3일 정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소공원 노인무료급식소에서는 뜻깊은 칠순잔치가 벌어졌다. 단 한명을 위해 준비된 칠순잔치가 수백명의 노인들을 자기 생일잔치인 것처럼 기쁘게 했기 때문이다.

이날 ‘잔치’의 주인공은 김성애(金城愛·70·서울 양천구 목동)씨. 몇년 전 서대문 근처에 살면서 불우한 노인들에게 매일 음식을 나눠주는 한길봉사회를 지켜봐온 김씨는 자신의 칠순잔치를 위해 2남1녀의 자녀들이 모은 돈을 봉사회에 내놓았다.

“평생 남들을 위해 일한 게 없어 마음에 걸려서….”

딸과 며느리 올케들과 함께 컨테이너 박스안에 숨어 잔치 음식을 준비하던 김씨가 머뭇거리다 내놓은 한마디.

독립문소공원은 소문을 듣고 모여든 노인들로 11시반경부터 차기 시작했다.

준비된 6백인분의 육개장은 30여분만에 동이 났고 1천명분의 음료수와 떡도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의 또다른 주인공은 1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인들에게 점심을 무료급식해온 한길봉사회 김종은(金鍾殷·50)회장.

고아원에서 자라다 11세때 상경, 남대문시장에서 미싱 바느질일로 출발해 중소의류업체 사장이 된 그는 매달 1천여만원을 부담해가며 4백여명의 노인들에게 김밥 수제비 호박죽 등을 대접해왔다.

“가난 때문에 저를 고아원에 맡겼다 17세때 저를 다시 찾아오신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며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렵게 벌어들인 돈을 노인들 대접하는데 쓰느라 그는 아직도 방 2칸짜리 사글세집에서 살고 있다.

이날 행사를 위해서 그는 김씨가 기탁한 만큼의 돈을 다시 보태고 동국대 국악과 학생들까지 불러 흥겨운 소리 한마당을 펼쳤다.

〈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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