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혼녀」라는 색안경은 많이 탈색됐다. 지난 70년 재혼형태를 보면 이혼경험이 있는 여성이 총각과 결혼하는 비율은 10.6%에 불과했지만 95년에는 25.2%로 늘었다.
이혼경험이 있는 남성이 처녀에게 장가드는 비율 27.2%와 거의 비슷한 수준.
1일 통계청이 내놓은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나타난 변화다.
그동안 여성이 피임약을 먹거나 달력을 보며 피임일을 계산하던 수고로움을 콘돔사용과 정관수술로 덜어주는 남편들이 늘었다. 지난 79년에는 남성의 20.3%만 피임의 주체였으나 94년에는 33.5%로 늘었다.
이처럼 「여자 팔자」가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남아선호 강박증은 변함없다. 특히 「팔자가 드세다」는 속설이 잔존하는 말 용 호랑이띠의 해에는 남아선호의 「산(山)」이 그려진다.
특히 대구 경북지역의 남아선호는 유별나다.
지난 85년부터 95년까지 11년간 전국의 평균 성비(여아 1백명과 비교한 남아출생수)는 113.3. 이 가운데 말띠 해인 지난 90년 대구 경북지역의 성비는 무려 130.4. 여자아이 10명이 태어날 때 남자아이는 13명이 출생했다.
그래도 지난해 고등학교 진학률을 보면 여학생이 99.1%로 남학생의 98.9%를 건국 이래 처음 앞섰다.
대학진학률도 지난해 여성이 53.1%, 남성이 56.6%로 차이가 많이 줄었다.
그러나 자식을 교육시키는 부모의 속셈은 다르다. 딸을 교육시키는 이유를 「좋은 혼처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경우가 25.5%. 아들을 같은 이유로 진학시키는 부모는 8.7%밖에 안된다.
한편 남성들이 하루에 빨래 밥짓기 아이보기 등 가사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은 겨우 22분. 한국 여성들은 하루 2시간 가까이 집안일을 돕는 남편을 둔 구미선진국 여성이 부럽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