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민시대 「황태자」정치…대통령은 결단하라

  • 입력 1997년 3월 12일 20시 10분


金賢哲(김현철)씨 의혹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직접 나서 풀지 않으면 안될 상황으로 확산되고 있다. 되돌아 보면 문민정부 4년은 전근대적인 왕조(王朝)정치, 더 심하게는 「황태자 정치」가 아니었느냐는 탄식도 나온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한 사람만이 수행해야 할 대통령직(職)이 그 아들에 의해 훼손됐다. 국정운영과 인사권에 개입한 정도가 아니라 차기정권 창출을 위해 자기 사람을 만들고 관리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국민을 어떻게 보았으면 이럴 수 있었는지 참기 어렵다. 이제 현철씨 의혹은 갈 데까지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방송사 인사문제에 대통령의 측근 비서관을 통해 개입했다고 한다. 행정부 여당 군(軍) 검찰 국영기업체 등 온갖 국가 요직에 그의 입김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주장과 비판이 쏟아진다. 시중에 나도는 설(說)정도가 아니라 정권에 참여했던 사람까지 폭로하는 내용들이다. 인사가 뜻대로 안될 때는 위협도 했다는 것이다. 인사를 통한 국정개입이 이 정도라면 한보문제에도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왕조시대의 황태자도 이보다 더한 권능을 갖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된 데는 결국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아들 간수를 잘못하기도 했지만 국민이 믿고 맡긴 직무를 국가 공조직보다 비선에 의존해 이런 결과를 빚은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당연히 대통령이 직접 풀어야 한다. 현철씨의 한보관련 의혹은 물론 국정운영 및 인사개입여부에 대해서도 검찰이 적극적으로 그리고 철저히 수사할 수 있도록 단안을 내려야 한다. 그동안 현철씨 관련 검찰조사는 눈치보기 뒷북치기 방어수사로 일관했다. 검찰이 이러니까 특검제 주장이 계속 나오는 게 아닌가. 국정조사 청문회에도 출석시켜야 한다. 한보청문회건 별도의 「김현철청문회」건 거기서 증언토록 해야 한다. 보름전 사과담화에서 밝힌대로 누구나 잘못이 있으면 응분의 처벌을 받게하겠다는 다짐을 확실하게 실천해 보여야 한다. 현철씨의 공직 인맥(人脈)도 정리해야 한다. 현철씨 의혹이 확산되면서 국민들뿐 아니라 여권 내부의 비판 목소리도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개각 등을 통해 일부 정리했다지만 아직도 대상은 많다. 또 공직에서 물러났더라도 각종 인사 압력행사 또는 국가 주요정보 유출 의혹을 받는 李源宗(이원종)전 정무수석 등 청와대 비서관들이나 金己燮(김기섭) 吳正昭(오정소)전 안기부차장 등도 월권 등 잘못이 없었는지 차제에 철저히 가려 그에 합당한 조치를 해야 마땅하다.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지금의 이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수족을 자르는 아픔도 감내해야 한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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