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주부들]강북구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

  • 입력 1997년 3월 11일 08시 35분


[윤경은기자]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은 주부들의 꿈. 서울 강북구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의 주부들은 아무 때고 들를 수 있는 「우리들만의 방」이 있어 행복하다. 4.19탑 네거리 부근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이들은 영어도 배우고 연극연습도 하고 자녀 성교육을 위한 강의도 듣는다. 한두개씩은 있게 마련인 스카프를 들고 나와 서로 멋지게 매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3년전. 수유동에 사는 정외영(41) 강일선(40) 김혜란씨(41) 등 40대 안팎의 전업주부 6명이 「이웃 주부들이 함께 모여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뜻에서 뭉쳤다. 「주부들의 새로운 삶」을 상징하는 「녹색삶」을 넣어 멋진 이름도 만들었다. 옆집 주부, 아이반 학부모, 성당 교인 등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를 해 「동지」를 모았다. 소문을 듣고 영어 일어를 가르쳐 주겠다는 이웃주부들도 나타났다. 지금 회장을 맡고 있는 박귀연씨(39)도 처음에는 영어를 배우겠다고 찾아온 회원. 『누구든 가르칠 수 있고 누구든 배울 수 있는 열린 모임이에요. 집에서 살림만 하고 지냈던지라 선뜻 나서기를 꺼리던 주부들도 닫힌 문을 열고 자신감있게 나옵니다. 썩이고 있던 능력을 살려 아이들에게 영어나 종이접기도 가르쳐 주고 책읽기지도도 하지요』 부회장 정씨는 현재 정회원이 1백20여명이며 주부문화교실 9개와 어린이교실 6개가 수강생들로 북적댄다고 자랑한다. 공간 마련이 문제였는데 강씨가 사무실을 싼 값에 임대해 주고 동사무소에서도 주부들의 자발적인 모임에 공감해 강당을 흔쾌히 내줬다. 영화제대로보기모임과 가곡교실을 한달에 1∼4회씩 한 회원이 빌려준 음식점에서 갖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지역내 한빛맹아원을 찾아가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이들의 중요한 행사. 「환경운동의 적임자는 주부」라는 생각에 폐식용유로 무공해비누를 만들어 나눠쓰기도 하고 다 쓴 건전지도 한데 모은다. 앞으로는 강좌보다는 심각한 학교폭력과 같은 청소년문제에 더 신경을 쓸 작정.학교부근의 문제골목을 순시하거나 「사랑의 호루라기 나눠주기」운동 등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아이들이 갈 만한 데가 없어요. 돈 쓰러 몰려다니고 낯뜨거운 화면이 나오는 노래방에나 가고…. 언제든지 찾아와 즐길 수 있게 비디오와 음악감상시설을 갖추고 벽에 농구골대라도 하나 달아놓고 싶은 거죠』 아이들이 눈치보지 않고 편안히 쉴 수 있는 「아이들만의 방」을 만드는 것도 이 주부들의 작지 않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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