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소년범」잡아도 고민…소년원 격리시설 없어

  • 입력 1997년 3월 10일 20시 10분


[하종대기자] 법무부가 부모에 넘겨 보호관찰중 잠적한 「에이즈 소년범」 검거작업에 나섰으나 정작 이 소년범을 붙잡는다 하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묘안이 없어 고민중이다. 소년원은 비행청소년 선도를 목적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성인범을 수용하는 교도소처럼 재소자를 격리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Y전서울가정법원 판사(현 변호사)도 이 때문에 지난 1월 에이즈에 걸린 A군(18·전과 10범)에 대해 준수사항 미이행을 이유로 서울보호관찰소가 신청한 소년원 수용요청을 허가하지 않았던 것. 물론 보호관찰기간에 정기적인 신고와 교육 등을 거부한 것은 충분히 소년원에 재수용할 수 있는 사안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소년원에 무작정 수용할 수도 없는 것은 다른 원생이나 부모들의 항의가 예상된다는 것이 Y판사의 설명이다. A군은 소년원에서 석방된 뒤 술집종업원인 동거녀 B씨(21)에게 에이즈를 옮겼다. 법무부와 검찰은 A군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또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중이다. 우선 검찰은 A군을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위반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에이즈예방법 25조는 에이즈 예방에 대한 사전조치 없이 성행위를 통해 에이즈를 남에게 옮겼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비행이 아닌 에이즈예방법 위반죄를 적용, 소년원이 아닌 소년교도소로 보낼 경우 격리 수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강간처럼 강제적인 방법이나 에이즈양성반응자임을 감추고 성행위를 하는 등 상당한 고의성이 입증돼야 교도소 수용이 가능하다. 법무부와 관할보건소의 조사결과 A군은 B씨에게 『몹쓸 병에 걸렸다』며 성행위를 거부했으나 B씨가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밝혀져 고의성 입증도 쉽지않다. 법무부 관계자는 『에이즈에 걸린 범죄인이라고 해서 경미한 사범을 무조건 수용할 수는 없다』며 『일반 에이즈양성반응자와 마찬가지로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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