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 EQ세계]타인이해하는 긍정적정서 유도해야

  • 입력 1997년 3월 8일 08시 51분


한 손에는 속셈학원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잠자리를 들고 있던 다섯살 가량의 남자아이가 길을 걷다 멈춰서 잠자리 날개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여대생이 『얘, 그렇게 하면 잠자리가 아프지 않니』라고 말하자 남자아이는 힐끔 쳐다보더니 이번에는 그 잠자리를 힘껏 보도 위에 던진 후 발로 밟아 뭉갰다. 기가 막힌 일은 몇 발자국 앞서 가던 그 아이의 엄마가 돌아보며 『야 대강 해치우고 빨리 와. 학원 늦겠다』라고 말한 것. 다른 사람이나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개의치않는 이 어린이는 분명 성인이 돼서 성격때문에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이다. 이 남자아이는 감성지능의 5개 요인중 「자신의 정서상태 인식하기」와 「남의 정서상태 인식하기」에 대한 훈련을 잘못 받고 있다.아기는 출생 즉시, 아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여러 종류의 정서를 인식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이 남자아이는 「잠자리가 귀엽다」 「신기하다」 「잘 키우고싶다」는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공부나 하자」 「다른 이의 입장에 서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받고 있어 정서지능을 쌓을 기회를 잃고 있다. 이 아이의 엄마는 하루 빨리 학원을 그만 보내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이의 마음에서 「무관심」이라는 부정적 정서를 긁어내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기쁨 슬픔 연민 등의 정서적 경험을 많이 갖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위의 경우도 놓치지말고 『이 누나 말이 맞아. 잠자리가 아프겠다』 『다른 사람이 네 팔을 막 잡아당겨서 떼려고 하면 네 마음은 어떨 것 같아』라는 등의 질문으로 EQ를 높이는 지도를 해줘야 한다. 이원영<중앙대교수·유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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