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제일銀주총 『성난 소액주주들』

  • 입력 1997년 3월 7일 19시 56분


[이명재 기자] 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1가 제일은행 본점 4층 강당. 117기 주주총회에 3백여명의 주주들이 모였다. 요식행위에 불과한 여느때의 주총과는 달리 이날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보그룹에 1조원 이상의 대출을 해준 전은행장이 구속된 뒤 첫 주총인데다 참여연대에서 「민주주총」을 하겠다며 소액주주들로부터 위임을 받아 참석했기 때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인 張夏成(장하성·고려대 경영학과)교수가 총회시작전 강당앞에서 『영업이익의 감소에 따른 주주들의 손실에 대해 따질 것』이라고 말해 「파란」을 예고했다. 총회가 시작되자 의장인 李世善(이세선)전무가 먼저 사과의 말을 했다.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쳐 죄송합니다. 앞으로 임원진들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단 두마디였다. 총회는 한동안 아무 잡음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일곱번째 순서인 「감사보고」에 이르러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돌출성 발언이 터져나온 것이다. 『아무리 시나리오에 의한 회의지만 질문은 해야겠다. 기부금이 경남지역에만 20억원이 나간 이유를 대라』 『부도가 난 줄 알고도 왜 계속 자금을 지원했나』 『상공장관 승인 하나로 사업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여신대출한 배경을 대라』 의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곤혹스러워하면서 『자금지원은 제일은행만 한 것이 아니다』는 군색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자 의장은 서둘러 신임이사 선임에 관한 안건을 처리하고 폐회를 선언했다. 『10년간 제일은행주식에 투자했는데 2만원이 넘던것이 지금은 겨우 3천원 수준으로 폭락해버렸다. 분한 마음에 나와봤지만 마음이 더 답답해졌다』 5백주를 갖고 있는 한 50대 남자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허탈한 표정으로 은행을 나서는 소액주주들의 뒤로 큼직한 표어가 눈에 들어왔다. 「더 큰 만족과 더 큰 기쁨을 드리는 제일은행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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