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문열씨 『창작 전념』 서울 떠난다

  • 입력 1997년 3월 4일 08시 56분


[정은령 기자] 작가 이문열씨가 새봄에 서울을 떠난다. 유명작가로 입신하며 일가를 이끌고 고향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한지 13년만이다. 새로 터를 잡은 곳은 이씨가 자비를 들여 문학연구소를 짓고있는 경기 이천시 마장면. 이씨의 「이천행」은 여유있는 중산층의 전원생활 구가와는 거리가 멀다. 『필력이 더 쇠해지기 전에 창작에 몰두하고 싶다』던 그간의 바람을 실행에 옮기는 첫걸음일 뿐이다. 『올해 우리나이로 50을 맞았습니다. 어차피 시간은 제한돼 있는데 번잡한 일들에 얽매여 계획했던 것조차 다 못쓰고 작가인생이 끝나는 것 아닌가 다급해지더군요』 이씨는 『금년을 본격적인 창작을 위한 마무리의 해로 정했다』고 말했다. 우선은 끝내야할 숙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소설 「성년의 오후」 6권까지 발간된 뒤 후속편을 쓰지 못하고 있는 대하소설 「변경」, 후반 5권이 보태져야할 「대륙의 한」등이 묵은 일거리다. 이 작품들을 마무리하는 대로 그는 자신의 작가인생을 거는 새 작품 집필에 전념할 계획이다. 「작가로서 실수나 변명이 용납되지 않는 나이가 됐다. 거기에 걸맞을 만한 작품을 써보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작품구상은 이미 끝냈다. 세계사적으로나 한국현대사로나 격변의 시기였던 80년대를 정리하는 장편소설을 쓸 계획이다. 『세계적 변화와 한국사,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소설을 선보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30대에서 40대를 보낸 이 시기를 정리하다보면 정신적 궤적의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올가을 문학연구소의 연구동건물이 완성되면 이씨는 자신이 꿈꾸어왔던 「서원」을 꾸리는 일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문하생을 기를 생각은 없습니다. 조선시대 서원처럼 문학에 뜻을 둔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책보따리를 들고와서 독학을 하다가 동료들과 토론도 벌여가며 공력을 쌓아가는 열린 배움터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문학으로 다소간의 여유를 얻었으니 문학에 그 수익을 돌리려는 것 뿐이에요』 새봄에 부르는 이씨의 「귀거래사」는 자신의 탯줄인 문학을 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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