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이홍구대표 회견]『노동법사태 막았어야』

  • 입력 1997년 3월 3일 19시 59분


3일 국회 신한국당 대표위원실에서 만난 李洪九(이홍구)대표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대표는 향후 거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 감기가 왜 이렇게 독한지 몰라. 2년동안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는데…』라는 말로 운을 떼면서 담담하게 『가까운 친구 제자들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대표와의 일문일답. ―노동관계법 개정과 한보사태 수습과정에서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과도한 책임을 지게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집권당 대표로서 공(功)이든 과(過)든 다 받아들여야 한다. 공만 자기 것으로 하고 과는 남에게 넘길 수는 없지 않은가』 ―대표로 재직중 가장 절실히 느낀 점이 있다면…. 『대표자리에는 좀더 무게가 실려야 한다. 정치권 전체가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더 강하게 나가지 못해 아쉽다는 뜻인가. 『나는 대체로 내가 해야겠다는 쪽으로 나갔다. 입당 1백일도 안돼서 金泳三(김영삼)총재의 지명으로 대표를 맡았다. 정치적 기반이 없는 사람으로 그 이상은 무리였다. 내 정치적 파워의 한계내에서 할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각오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지만 내가 할 중요한 일들이 남아 있다. 노동법협상과 인천 수원 보선, 당 전국위원회를 무사히 치러내야 한다. 그 때까지는 대표의 일에 충실할 생각이다. 당헌당규 개정과 당내 민주화, 정치자금법 개정 등의 제도개선에 착수했지만 내가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대표가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새 대표 몫으로 남겨 뒀다』 ―요즘 이대표 주변에서 「이렇게 당하기만 하고 물러설 수는 없다」는 말도 나오는데…. 『어차피 내가 가진 정치적 파워에 한계가 있었다』 이대표는 기자와의 간담을 마치면서 『노동법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김대통령께서 하려고 했더라도 밑에서 보좌하는 사람으로서 사표를 써서라도 말렸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와서 다 부질없는 얘기지만…』이라고 되뇌는 이대표의 표정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나는 듯했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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