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생명복제」상상만 해도 『끔찍』

  • 입력 1997년 3월 3일 19시 59분


▼미인의 조건은 무엇인가. 셋(피부 치아 손)은 희고 셋(눈 속눈썹 눈썹)은 검고 셋(허리 손 발)은 가늘고 셋(입술 가슴 둔부)은 풍부해야 한다고 한 서양 사람이 있었다. 김혜수의 눈, 황신혜의 코, 채시라의 입술을 합치면 한국 최고의 미인이 될 것이라는 시중의 농담도 있다. 마릴린 먼로의 육체에 아인슈타인의 두뇌를 가진 완벽한 미인을 상상하기도 한다 ▼요즘 날로 발전하는 유전공학은 이런 실없는 상상과 꿈이 현실화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금세기 초 영국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 상상한 복제(複製)인간의 양산(量産)이 눈앞에 닥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과학자들이 양(羊)복제에 성공한 데 이어 미국 과학자들이 원숭이를 복제해냄으로써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인간을 복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유전공학이 설마 여기에 이르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당초 그리 많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80년대에 미국 과학자들이 올챙이를 복제하고 90년대 들어 생쥐와 송아지를 복제해내면서 인간복제 가능성은 공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원숭이복제가 유전학적으로 동일한 원숭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실험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유전자조작을 이용한 생물복제 기술은 이제 갈 데까지 갔다는 느낌이다 ▼유전공학이 식량증산이나 가축의 고품종화, 의약생산이나 장기이식 치료 등에 끼칠 공헌 가능성은 무한하다. 잘만 이용하면 인류를 질병 모르는 세계에서 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명 자체를 통째로 복제하는 것은 법적 문제를 넘어 심각한 철학적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생명을 플라스틱 사출기에서 찍어내듯 대량 복제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무리 과학이 좋아도 생명의 존엄성까지 해친다면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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