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칡소」26마리 키우는 풍전농장 백철승씨

입력 1997-01-03 20:38수정 2009-09-27 08:5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고성〓權基太 기자」 어느해보다 소가 귀해 보이는 「정축(丁丑)년 소의 해」가 밝았다. 2백90만 한우들이 저마다 덕담의 소재다. 그중 「칡소」는 희귀하기 짝이 없는 한우다. 전국에 단 40여마리 밖에 없는 「칡소」는 누런 몸통에 칡넝쿨이 우거진듯 검은 줄무늬가 쳐져 있어 조상들이 「얼룩소」라 부르던 우리 전통 한우. 70년대 초반까지 국내 한우의 30%가량이 「칡소」였다. 그러나 누른소와 무분별한 잡종교배 때문에 급속히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몰린것. 67년부터 소를 키워온 백철승씨(45)는 칡소가 육질이나 성장속도에서 누른소보다 우수하다고 귀띔한다. 얼룩젖소 홀스타인이 아닌 진짜 얼룩소 「칡소」의 절반을 넘는 26마리는 경남 고성군 거류면 풍전농장에서 자란다. 황소 70여마리와 함께. 백씨가 지난 93년부터 「칡소」 늘리기에 소명을 갖고 전국에 수소문해 모은 덕택이다. 백씨는 8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한우품평대회에서 최우수, 우수상을 휩쓸고 대통령상까지 받은 한우키우기 박사.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던 67년부터 소를 키웠다. 그해 할머니를 제외한 집안 어른들이 차례차례 돌아가시거나 개가(改嫁)하자 숙모가 송아지 한마리를 사다주었다. 『토담집 외양간도 제가 직접 지었지요. 온갖 정성을 다했습니다. 50일 동안 키워서 팔았지만 사료비도 안나오더군요. 실망이 컸지만 「이럴 바에야 소시장에서 한번 커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17세 나던 해 소를 몰고 진양 반성시장, 창원 진동시장, 영오 난들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남도 소시장을 휩쓸었다. 주위에서는 「최연소 소장사꾼」이라 불렀다. 2년만에 30여만원의 돈이 모였다. 당시 큰 소 한마리 값이 5만여원. 그러나 어린 그의 돈에 눈독을 들이던 고성 소시장 야바위꾼들의 농간에 말려들어가 「도리짓고땡」판에 휩쓸리게 됐다. 하룻밤만에 정확히 1백만원을 날렸다. 『부산 영도다리로 가서 바다에 몸을 던졌지요. 모진 목숨인지 물을 먹어가며 헤엄쳐 나왔어요. 그때부터 다시 이를 악물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지요』 2년만에 노름빚 80여만원을 다 갚고나자 그는 미련 없이 소장사에서 손을 뗐다. 『시세 차익을 노려 돈을 버는 소장사는 인생을 허투루 사는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한번 소처럼 우직하게 살아 보자고 결심했지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소 키우는 일. 『젖은 볏짚 갈아주고 산통(産痛) 겪는 어미소와 밤을 새우고….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커가는 소들을 바라보며 저 스스로가 커가는 걸 알 수 있더군요』 둘째 아들 인상군(17)이 가업을 이을 예정이다. 『고성군의 지원을 받아 군 특산 브랜드로 키울 작정입니다. 시장개방 시대에도 우리 소는 끄덕없다는 걸 보여줄 겁니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