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종-탈영처리 표종욱일병 무장간첩에 살해됐다

  • 입력 1996년 11월 6일 08시 09분


【인제〓慶仁秀·李明宰·洪性哲기자】 지난달 22일 강원 양구군 남면 두무리 2사단 공병부대 表宗郁일병(22·서울 송파구 삼전동)이 부대 인근에서 5일 사살된 무장간첩 잔당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군당국은 사살된 무장간첩중 1명이 表일병의 잠바와 상의를 입고 있었고 신분증 육군수첩 인식표 개인임무카드를 갖고 있어 表일병이 이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表일병은 살해된 날 오후3시반경 월동준비작업을 위해 13명의 동료와 함께 부대 동남쪽 12㎞지점 해발 4백여m 야산에서 싸리나무를 채취하던중 실종됐다. 부대측은 그러나 表일병의 행방을 찾을 수 없자 단순탈영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간첩이 탈취해 갖고 있던 表일병의 육군수첩에서는 表일병이 실종되기 직전 어느 친구에게 보내려고 써둔 메모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국민대 국문과 재학중 군에 입대한 表일병은 육군수첩에 「어느날 갑자기 편지를 받기만 하려는 이기적인 내 자신을 볼 수 있었다」며 「그래서 무작정 들게 된 펜을 누구에게 향할까 하다 너에게 쓰게 된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물론 비상작전중이라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나 계속해서 미루다가는 언제 한번 쓸지 몰라 막상 쓰려고 한다」고 적고 젊은 시절 군생활을 통해 느끼는 갈등을 묘사했다. 「이제 일병을 달고 군생활에도 적응이 되었지만 원인모를 한숨과 동경이 계속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 신세타령을 해야 하는지 내자신도 한심하다. 무한히 펼쳐진 자유…」. 편지는 여기서 끝을 맺지 못하고 중단되고 있으나 군인의 본분을 재인식하려는 듯 짧은 메모를 통해 국토방위의 책임감을 적고 있다. 「대충대충 넘긴 하루, 무너지는 안보태세」라는 글과 「부대의 초석은 개인의 철저한 신념화로부터」라는 메모가 그것. 그의 수첩에는 10여명의 남녀 후배와 동창의 주소도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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