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란 세상을 단순화하는 방법이다. 명징한 대신 편협하다. 그래서 논쟁을 부른다. 논리는 불편한 토론을 즐겨야 그 편협함을 극복할 수 있다. 만일 어떤 논리에 권력이 더해지면 독재가 시작된다. 논쟁이 사라지고 끔찍한 현실이 만들어진다. 반면 ‘스토리’는 세상
‘야생초 편지’의 저자가 10년 만에 ‘야생초 편지 두 번째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생태 에세이를 출간했다. 전작이 그가 간첩 누명을 쓰고 13년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며 야생초 화단을 가꾼 이야기라면, 신간에서는 출소 후 지난 10년간 전남 영광의 산속에서 농사짓고
침실에서 아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질식사. 별다른 외상도, 누가 집에 침입한 흔적도 없다. 게다가 집의 모든 창문과 문은 안에서 잠겨 있는 상태. 이른바 ‘밀실(密室)’살인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범인의 흔적은 없고 시체만 남겨진 수수께끼 같은 밀실살인은 추
정사(正史)는 신비롭고 야사(野史)는 흥미롭다. 권력이 만든 ‘알아둬야 하는’ 역사와 ‘알고 싶은’ 민심이 반영된 역사 사이엔 미묘한 긴장이 흐른다. 때론 정사가 갖는 권위와 야사의 말초적인 즐거움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가공할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책엔 한국
스물다섯 살에 데뷔해 올해 작가 생활 20주년을 맞은 벨기에 출신 프랑스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는 해마다 한 권꼴로 신작을 펴낸다. 흔하면 귀하지 않다고 했던가. 오히려 그의 다작(多作)과 항상성이 문학적 이미지를 평범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사실 별나게 치
성공이란 무엇일까. 이를테면 가수 싸이가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면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싸이와 대중의 기대치는 그것으로 충족될까. ‘연속 몇 주 1위’나 ‘그래미상 후보 혹은 수상’ 등으로 기대가 옮겨가지는 않을까. 누구나 성공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이 소설은 방(房)에 관한 얘기다. 더 정확하게는 자신에게 맞는 방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이 세상에 수많은 방이 있고, 그 칸칸마다 또 수많은 사람이 들어가 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넓은 방, 깨끗한 방만을 찾지 방과 대화하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는다. 이 소설
명절만 떠올리면 짜증이 확 솟구치는 주부라도 시곗바늘을 중세시대로 돌린다면 오늘날에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18세기 이전 수도가 들어오지 않았던 때의 설거지는 고역이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담았던 그릇들은 아궁이에서 꺼낸 식은 재를 축축한 헝겊에 묻혀 닦아
기자가 소설가 백가흠을 처음 본 것은 지난해 11월 논산에 있는 소설가 박범신의 집에서였다. 이날은 서울 생활을 접고 귀향한 박범신의 이삿날로, 뒤늦게 소식을 들은 명지대 교수 시절 제자 이기호와 백가흠이 밤 12시가 넘어 도착했다. 백가흠은 섭섭해하는 스승의 기분
친애하는 김정일 동지. 기억나십네까? 저, 김일훈입네다. 1969년 동지의 명령으로 조직된 광명성 악단의 기타리스트 말예요. 이번에 남조선에서 나온 소설 ‘광명성 블루스 밴드’를 읽고 추억에 사무쳐 펜을 들었습네다. 저는 1967년 동독 유학에서 돌아온 뒤, 그곳에서 자
추리소설 팬이라면 탐낼 만한 걸작선이다. ‘한국 추리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내성(1909∼1957)부터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는 신인 작가까지 추리소설가 44명의 대표작을 한 편씩 묶었다.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엄선한 ‘별’들의 무리이자 한국 추리소설 75년사의 흐름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손끝을 떠나는 순간, ‘지휘자 정명훈’이 총체적 인간으로 살아난다.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해 세계 최고 권위의 도이체그라모폰(DG) 레이블에서 음반을 내고 있다. 서울시향의 콘서트는 표를 구하기 힘든 공연이 됐다. 그는 음악전문지 선
건축 분야의 파워라이터인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가 4월에 낸 ‘사라진 건축의 그림자’를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썼다. 전작에 나오는 부제 ‘전통건축 그 종의 기원’이 진화론에 기반을 둔 저자의 접근법을 짧게 요약한다. 한국 고건축의 아름다움 하면 곡
두 개의 ‘노래’가 엇갈려 하나의 장엄한 진혼곡으로 태어난 장편소설. 독립된 이야기 두 개가 대위법으로 엇갈려 펼쳐지다가 하나의 점으로 귀결된다. 부당한 권력에 피해를 보고 자유와 행복을 잃은 약자들, 그 처연한 사연이 합일점이다. 1960∼1980년대 혼란했던 사회
현대인들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미래에 대한 불안들이 조금씩 현실로 드러나는 듯하다. 나라의 살림살이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데, 나의 삶은 윤택함을 잃어간다. 부모들은 노후 준비를 미루고 아이들에게 투자하지만, 아이들은 점점 치열해져 가는 경쟁 속에서 방황하